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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도술의 카니발 <전우치>
김용언 2009-12-23

synopsis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한다. 만파식적은 반으로 쪼개져 두 도사가 하나씩 맡는다. 그 뒤 천관대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고 피리 반쪽도 사라진다.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범인으로 몰려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그리고 2009년 서울. 봉인된 요괴들이 다시 한번 세상에 등장하고, 신선들은 내키지 않지만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도술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착시현상이고 판타지다. 극중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자동차 두대를 보며 전우치는 중얼거린다. “이중 하나는 가짜렷다!” 그리고 단숨에 그중 한대를 물리친다. 과연 그것은 환영이었다.

그동안 한번도 영상화되지 않았던 고전 영웅 전우치가 되살아났다. 도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심리와 눈에 장난질치는 이 독특한 인물을 최동훈 감독이 탐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전우치가 그림 속을 들락날락하거나, 심지어 개가 인간이 된다든가, 영화 속 영화 촬영장(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보면 최동훈 감독이 ‘영화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는 짐작이 든다. 부서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세트와 카메라워킹과 연기자들의 그럴듯한 반응으로 영화는 만들어진다. 이것을 거짓말이거나 마법 혹은 환상이라는 단어로 폄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며, 판타지의 힘을 빌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축복과 애정고백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은 버스터 키튼 이래로 많은 감독들이 탐내왔다.

기존 필모그래피 중 가장 귀엽고 근사한 배역을 맹소화한 강동원(특히 옥황상제인 척하며 임금을 놀려먹는 장면!)과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가 연기한 도사 3인방(이들 3인방은 ‘올해의 조연상’ 후보로 손색없다), 국악을 변주하는 독특한 음악의 매력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최동훈표의 정신없고 빠른 대사와 편집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욕심을 부려보자면 맥베스적인 악당 화담과 의외의 팜므파탈 인경이 맘에 걸린다. 전우치와 구별되는 이들의 캐릭터가 좀더 선명하게 부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어지다보니 136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길이에 어울리는 기승전결이 명확하게 부각되지 않아 후반부에선 산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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