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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너른 스펙트럼을 가진 스릴러 <용서는 없다>
주성철 2010-01-06

synopsis 토막난 한 여자의 사체가 금강 하구에서 발견된다. 부검의 강민호 박사(설경구)가 사건에 참여하고 한때 그의 제자였던 민서영 형사(한혜진)가 수사 끝에 지역환경운동가인 이성호(류승범)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한편, 미국에서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던 강민호는 딸이 이성호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성호는 자신을 3일 안에 풀어주지 않으면 강민호의 딸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거라 협박한다.

<용서는 없다>는 함께 떠올리게 하는 영화들이 많다. ‘농촌 스릴러’라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 ‘실시간 추격극’이라는 점에서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그 아래에는 ‘저를 기억 못하시나요?’라고 하는 <올드보이>식의 회고담도 깔려 있다. <추격자>에 이어 이른바 한국형 하드보일드의 계보로부터 이어지는 작품이랄까. 어느덧 이 장르도 꽤 너른 스펙트럼을 가지게 됐다. 특히 <추격자>를 의식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 보인다. 한없이 뛰고 또 뛰며 직접 제 힘으로 수사까지 하는 설경구가 김윤석, 자신이 범인임을 느긋하게 밝히는 류승범은 하정우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이성호는 기다렸다는 듯 의외로 쉽게 자백하고 강민호는 딸을 구하기 위해 사체증거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스포일러이기에 후반부까지 밝힐 수는 없지만 <추격자>가 그러했듯 해외 리메이크 제의도 예상될 만큼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처럼 다른 작품과의 비교가 어쩔 수 없는 영화들은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간결하게 그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탁월한 설정과 반전에도 그에 이르는 과정이 아쉽다. 설경구와 류승범의 서로 다른 에너지가 탁구 경기처럼 서로 쉼없이 톡톡 튕겨져야 할 텐데 곁가지가 다소 많이 붙는 느낌이다. 한혜진과 성지루의 존재도 관찰자나 감초 그 이상으로 산만하게 느껴진다. 본론보다 각주가 더 장황하면 지루하듯 <용서는 없다>는 신인감독의 영화라는 걸 감안해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묘한 은유까지 담는 등 다소 과욕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런 포기하지 못한 욕심이 후반부의 강렬한 힘에 상쇄되는 측면은 있지만 그 중반의 구성을 좀더 슬림하게 처리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애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작정한 듯한 ‘센’ 묘사와 감정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힘은 좋다. 여성 희생자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무리수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직진만 한다. 누군가에겐 장점,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한 묘사랄까. 그렇게 독창적 디테일 없이 벤치마킹의 흔적으로만 뜨개질을 해나가고 있다고 느낄 즈음 추리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의 충격은 꽤 크다. 이전 선배들의 계보로부터 훌쩍 달아나진 못했어도 단순한 벤치마킹 이상으로 자기만의 인장은 분명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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