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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써먹는 연기’를 가르치겠다
이영진 사진 최성열 2010-01-06

1월 중순 개원 앞둔 서울필름스쿨 마상준 대표

투자배급사에서 일했던 이들은 둥지를 떠나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작사를 차리곤 한다. ‘갑’이라 불리면서 ‘대접’받지만 ‘현장 영화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잖이 ‘따’당하는 상황이야말로 그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제작자로 변신하는 이유가 아닐까. 마상준 전 쇼박스 한국영화팀장도 현장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대우그룹의 영상사업부문 한국영화팀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쇼박스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영화수입, 투자 등의 업무를 맡아왔던 그 또한 “제작에 대한 관심은 영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제작사가 아닌 서울필름스쿨이라는 교육기관을 차렸다. 2010년 1월18일 개원을 앞두고 바쁘게 뛰는 마상준 서울필름스쿨 대표를 만나 까닭을 물었다.

-투자배급사에서 일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 뭔가. =전화가 잘 안 온다. 쇼박스에 있을 때는 하루에 저녁만 두번 하고 술자리는 세번 가고 그랬는데. (웃음)

-쇼박스를 그만둔 때가 정확히 언제인가. =2007년 3월 말에 그만뒀다. 그 뒤에 쇼박스의 자회사인 제작사 모션101에서 1년 정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2008년 4월에 정리하고 나왔다. 시간 정말 빨리 간다.

-서울필름스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모션101에서 나온 뒤 제작을 준비하다 MBC아카데미의 제안을 받았다. 이 공간(서울시 구로구 구로5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6층)의 건물주가 프라임산업이다. MBC아카데미가 프라임산업의 공간을 임대한 뒤 재임대해서 종합엔터테인먼트 학원을 운영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제대로 이뤄지지가 않았고, 결국 새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에 인연이 닿았다.

-서울필름스쿨이라고 이름 붙인 건 영화쪽만 특화해서 교육하겠다는 뜻인가. =현재 연기과정과 제작과정 수강생을 모집 중인데 영화쪽에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학원일 때는 연기 외에 보컬반, 개그반, 모델반 등도 있었다고 하더라.

-연기나 제작 관련 교육기관은 서울필름스쿨 외에도 많지 않나. 대학에 관련 학부도 많고. =대학에서 연기는 대부분 연극 중심으로 교육한다. 동작, 발성을 중시하는 연극과 달리 영화는 표정 연기가 더 중요하다. 전에도 감독들을 만나면 자질이 많은데 영화연기 스킬이 부족해서 오디션에 떨어지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또한 마케팅이나 프로듀싱 과정은 따로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다.

-교육 이념을 정리하면 ‘현장 밀착형’쯤 되겠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영화산업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처음 강의를 갔을 때 연극영화과 친구들인데도 극장요금 9천원이 어떻게 분배가 되는지 모르더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나가서 뭘 할지 분명하게 방향설정을 할 것 아닌가. 서울필름스쿨 또한 영화를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

-그러한 목적이 강사진과 커리큘럼에도 반영이 됐나. =연기 과정 중에 ‘프리미어 액팅 과정’이 있다. 오랫동안 연기를 가르쳐왔던 강사들 외에도 현직 배우, 감독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이 부분에 대한 세세한 도움은 정윤철 감독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연기라는 건 배우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자꾸 써먹어야 한다. 오디션 기회를 많이 주려고 투자배급사, 제작사 30여곳과 업무협정을 맺었다. 드라마쪽과는 지금 진행 중이다. 제작과정은 이용주(<불신지옥>) 감독이 연출을, 이원재 작가(<혈의 누> <짝패>)가 시나리오를, 정금자 프로듀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가 마케팅을, 김성제 프로듀서(<피도 눈물도 없이>) 등이 프로듀싱 과정을 맡기로 했다. 시작은 4개 과정이지만, 앞으로 세분화해서 극장, 정책, 영화제, 영화음악 등과 관련한 과정도 만들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 강의도 꾸려보고 싶다.

-제작은 포기한 건가. =이준익 감독님이 전에 영화제작이 곗돈 타는 것 같다고 한 적 있다. 일찍 타는 사람이 있고, 늦게 타는 사람이 있고. 그런데 곗돈을 타려면 먼저 곗돈을 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웃음) 그런 점에서 서울필름스쿨은 내게 곗돈이다. 주변에서 시장성에 대해서 우려한다. 내 생각에도 서울필름스쿨이 엄청난 기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영화, 좋은 인력을 배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 차근차근 가다보면 서울필름스쿨 안에서 영화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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