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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무비’ 영역의 가능성 <파라노말 액티비티>
김용언 2010-01-13

synopsis 선생님을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 케이티(케이티 페더스톤)는 8살 때부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느껴왔다. 남자친구 미카(미카 슬롯)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예전의 그 존재가 그녀의 주변에 등장한다. 미카는 카메라를 구입, 그들의 24시간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촬영이 시작된 뒤 그들이 잠든 사이 문이 갑자기 움직이고 이상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가 하면 침실에 발자국이 찍히는 등의 기이한 현상들이 녹화된다. 겁에 질린 케이티는 퇴마사를 부르지만, “집 안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며 퇴마사는 바로 돌아가고 만다.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이성적인 수단과 논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탐정 셜록 홈스 역시 이성과 과학이 승리를 거둔 시대의 산물이다(한국 TV의 예를 든다면 90년대 첫 방영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것이 알고 싶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 집에 귀신이 산다’는 의심을 품게 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반응할까?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 인터넷과 온갖 사운드 장비 정도는 간단하게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 전제로 출발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말하자면 이건 리얼리티 쇼 시대의 승리,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캐치하고 보존하고 기록할 수 있는 전자장비를 모두 구비한 시대의 공포영화다.

아마추어 감독이 만든 아마추어 공포영화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채택한 전략은 꽤 영리하다. 실상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는 시간 자체는 매우 짧다. 영화의 대부분은 커플의 일상과 혹은 이상한 소리를 확인하러 부엌으로 화장실로 다락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덜덜거리는 뒷모습으로 채워진다. 공포의 실제 효과는 계속 지연되지만, 동시에 매 순간 등장인물의 말과 표정을 통해 거듭 재확인되고 있다(오히려 ‘분장’이 가미된 다이앤의 동영상 장면은 <엑소시스트>의 클리셰를 익숙하게 반복하기 때문에 흥미가 반감된다). 거칠고 조잡하고 평범하기 때문에 쉽게 동화되고 어쩌면 ‘실제’라고 믿어버릴 수도 있을 만한 가능성을 담지한 채,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그야말로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대담하게 밀어붙이는 ‘컨셉 무비’ 영역의 가능성을 확신시킨다. 심지어 원조 격인 <블레어 윗치>보다 만들기도 쉽지 않은가! 디지털 장비의 발전 속도와 그 기계들에 대한 관객의 감수성의 변화에 발맞추어 영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가늠케 하는 실용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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