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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show] <1박2일> 극장판, 함께 만들까요?

<해운대> 윤제균 감독과 <1박2일> 이명한 PD의 만남

매파가 된 기분이랄까. ‘영화계 인물과 비영화계 인사의 만남’이라는 포맷으로 새롭게 토크쇼 코너를 진행한 이후, 거의 매번 느낀다. 만나고 싶다는 대담 상대의 리스트를 받아 최선의 매치업을 성사시키는 것이 섭외자의 임무. 희한하게도 그렇게 이루어진 만남의 당사자들은 대개 많은 부분에서 닮은 점들을 보였다. 덕분에 초면에도 어렵지 않게 의기투합한 이들의 대화는, 즉석에서 공동 작업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주선자의 보람이다.

<해운대>로 지난해 극장가를 제압했던 윤제균 감독과 <해피선데이-1박2일>과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으로 TV예능계를 평정한 이명한 PD의 조합은,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을 만했다. 동년배인데다 성향도 비슷하니 이야기가 술술 통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미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였다는 두 사람은 대담이 끝나고 돌아가던 길에서도 ‘예능의 영화화’라는 주제로 한참이나 의견을 주고받았다.

윤제균: 제가 제작한 영화 <하모니>가 곧 개봉하는데요. 여자교도소 재소자 합창단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말씀인데 혹시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 한번 다뤄볼 생각은 없나요? (웃음)

이명한: 그건 있어요. 밴드. 김태원씨가 기타리스트이니까 마스터 역할을 해주시고.

윤제균: 그렇구나. 합창이면 좋았을 텐데. (웃음)

교도소 체험은 어떻습니까?

이명한: 그 아이템은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재소자 분들이나 전과가 있는 분들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윗분들이 꺼려하시더라고요. 특히 공중파 방송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더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어서, 확실한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고민을 구체화하려고 해요. 심지어 법무부 장관님도 <남자의 자격> 팬이시래요. 그래서 저희가 교도소 체험을 다루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서는 방송국에 오셔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담당 PD(신원호 프로듀서)도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고요.

윤제균: 영화 만들기는 쉽게 진행할 수도 있겠네요. 이경규 선배님도 계시니까.

이명한: 그렇죠. 만약 하게 되면 감독님께서도 멘토가 되어주시죠.

윤제균: 아 좋죠. 사실 이경규 선배님과는 인연이 많아요. 2007년에 제가 영화 <1번가의 기적>을 내놓았을 때 맞붙었던 작품이 <복면달호>였어요. 그때 이후로 이경규 선배님이 저만 보면 ‘<1번가의 기적>만 없었으면 <복면달호>가 더 잘됐을 텐데’라며 이를 부득부득 가셨죠. 그리고 그 직후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 이훈씨 편에 제가 도우미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두분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 서로의 영화와 프로그램을 보시면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이명한: 저는 윤 감독님을 보면서 늘 생각하던 게 있었어요. 영화감독 중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제일 잘할 사람이라고. (웃음) 감독님의 영화에는 예능스럽다는 느낌이 참 많으니까요. 동질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러다 지난해 <해운대>를 보니 그 예능스러운 동질감, 친근감을 넘어 새로운 일가를 이루셨더군요. 그래도 저랑 ‘같은 과’라는 느낌에는 변함이 없어요.

윤제균: 그 얘기는 저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모 KBS 기자가 전해준 말이었는데, <개그콘서트> PD분도 가장 스카우트해오고 싶은 사람으로 저를 꼽았다더군요. (웃음) 방금 동질감에 대해 말씀하셨지만, PD님이나 저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봐요. 그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잔인하게 사람 죽여서 공포를 주는 그런 영화들은 싫어해요. ‘왜 그런 영화들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예능스럽다고 한다면 아마 이런 취향에서 우러나온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1박2일>을 처음 볼 때만 해도 그랬어요. 이건 100% 안된다고. (웃음) 아니, 멤버들을 보니까 그전까지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나왔던 사람들도 아니고 흔한 말로 ‘핫하지 않은’ 인물들을 모아놨더라고. 김C에 은지원에, 심지어 이승기도 당시까지는 핫한 아이콘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성공시켰단 말이에요. 많이 놀랐죠. <남자의 자격>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 시작할 때 보니까 이건 말도 안되는 거야. (웃음) 김성민, 김태원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예능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거죠. 그런데 또 해냈잖아요. 그러니까 캐스팅 부분에서는 확실히 일관성을 가지고 가시는 것 같아요.

이명한: 섭외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웃음)

감독님 말씀대로 처음에는 갸우뚱거리게 하는 인물들을 데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자로 하여금 푹 빠지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지금 <해피선데이> 두 코너의 놀라운 점인데요. 단순히 ‘아무나 데려와도 캐릭터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아닐 거란 말이죠. 아무래도 캐릭터 감식안이 남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만.

이명한: 사실 <1박2일>이 태동한 2007년 무렵은 예능의 트렌드가 ‘리얼 버라이어티’로 급격히 바뀌던 시점이었어요. 그러면서 예능이 가지고 가야 할 키워드가 ‘웃기는’이 아니라 ‘독특한’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인기가 있건 없건, 재미가 있건 없건을 떠나서 그 내면에 지금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희한한 성격들이 있으면 분명 잠재력이 있다고 본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승기가 예능의 블루칩은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브라운관에 비치는 걔의 댄디한 모습이 아니라, 옆집의 순진한 소년 같은 실제 모습을 포착한 거예요. 그걸 예능 프로그램에 가져와서 증폭시키면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했죠. 나와서 웃긴 얘기를 잘하고, 몸개그를 잘하는 게 과거의 예능이었다면, 흔히 말하는 4차원 캐릭터가 웃음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걸 우리 팀에서 파악했던 거예요. <남자의 자격>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사람들이 김태원씨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하지만, 2~3년 전의 관점으로 보면 재미있다기보다 그냥 특이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특이하다’는 말이 ‘재미있다’는 말을 대체해버렸죠.

윤제균: 출연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엄청 많을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잘 맞을 것 같다는 감이 오면 바로 캐스팅하는 건가요?

이명한: 사실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웃음) 윤 감독님 영화에는 줄을 서겠지만. 대부분은 저희가 평소에 어떤 모습을 보고 점찍어두었다가 캐스팅한 사례들이에요. 김태원씨도 신원호 PD가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게스트로 나왔던 모습을 보고 처음 찍었었죠. 화법이 정말 특이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못 본 캐릭터였으니까요. 요즘 출연 중인 CF의 “혼자 왔니?” 같은 어법. 맛깔스러운 건 아니지만 요즘 예능에서는 가치가 있죠. 김성민도 몇년 전인가 KBS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일일드라마에서의 느끼한 이미지와 달리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걸 딱 기억해뒀다가 이번 캐스팅에 써먹은 거예요.

윤제균: 캐스팅에서는 저도 이 PD님과 비슷한데, 네임밸류만 보고 배우를 뽑지는 않아요. 그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를 찾는 게 영화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요. <해운대>에서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이 맡았던 배역들은 사실 네임밸류가 훨씬 높은 배우들도 탐냈었거든요. 그래도 정말 흙 속의 진주를 찾는 작업이랄까. 능력있는 신인들을 과감하게 발탁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감독으로서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연출한 영화들뿐만 아니라 <하모니>처럼 JK필름에서 제작한 영화들에는 과감한 캐스팅이 많은 편이에요.

이명한: 캐스팅 과정만 놓고 본다면 영화에 비해 TV쪽은 시간이 넉넉지 않죠. 그리고 특히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에게 의존하는 부분들도 많고요. 그래서 일단은 제가 대략의 느낌만 가지고 멤버들을 구성한 다음 작업을 시작해보는 편이에요. 그렇게 던져놓고 자기네들끼리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김성민처럼 제가 생각했던 포인트가 적중하면 가장 좋죠. 그런데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캐릭터가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은지원의 ‘초딩’ 캐릭터처럼. 그건 정말 출연자들이 서로 친해지면서 자기네들끼리 네이밍한 거였어요. 그럴 때면 우리는 ‘옳다구나!’ 해서 그 이미지를 최대한 증폭시키는 거죠.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캐릭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가장 파워풀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은지원은 그 이전까지 젝스키스의 리더니, 힙합전사니 하며 자신과 전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요. <1박2일>을 하면서 비로소 자기한테 꼭 맞는 옷을 입고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거죠. PD나 작가가 손을 댈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도대체 리얼 버라이어티의 PD나 작가는 하는 게 뭐냐는 이야기도 듣습니다만. (웃음) 그걸 발굴해내는 것도 일이니까요.

윤제균: 그럼요. 저도 <해운대>에서 ‘동춘’ 역할을 김인권한테 맡겼는데요. 사실 김인권이 그 이전까지는 <숙명>에서처럼 센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조연급이지만 연기를 너무 잘하니까 많은 감독들이 강한 캐릭터를 줬는데, 예전에 어딘가에서 김인권의 어수룩한 모습을 보고 기억을 해뒀죠. 그래서 <해운대> 캐스팅 작업을 할 때 그런 성격을 동춘 역할에서 증폭시켜버리면 새로운 캐릭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김인권 성격도 동춘이랑 비슷해요. 센 척 하는데 실은 여리고 착하고.

혹시 두분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연출한 작품 속 캐릭터들 중에서 자신과 가장 닮았거나 특별히 몰입되는 인물을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이명한: 글쎄요. 먹는 양은 강호동씨와 비슷한데. (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캐릭터는 은초딩이에요.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이상적으로 세팅된 캐릭터이기도 해서, 제가 보기에 <1박2일> 캐릭터들 중 가장 생명력이 길 것 같아요. 강호동씨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이미지 외에 <1박2일>에서 새롭게 덧붙여진 건 없고요. 반대로 연출자로서 내가 그렸던 이미지가 곧바로 구현되었다는 점에서는 <남자의 자격>의 김성민에게도 애착이 가요. 생성 과정은 두 캐릭터가 반대지만 둘 다 뿌듯하죠.

윤제균: 직접 시나리오까지 쓰는 영화감독들을 보면, 남자주인공이 감독과 묘하게 닮아 있어요. 아마 저는 <해운대>의 설경구씨와 <색즉시공>의 임창정 사이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소심하고 여리고. 스스로 생각해봐도 제가 영악한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해운대>의 경구 형처럼 단순무식한 모습은 좀 있죠. (웃음) 심지어 <두사부일체>의 정준호처럼 어벙한 모습도 있고요. 제 영화 주인공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나사 하나씩이 풀려 있어요. 완벽한 사람이 없어요. 그런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가더라고요.

사실 두분은 같은 연배라 10대, 20대 때 누렸던 문화적인 환경도 큰 차이가 없었을 것 같아요. 두분의 성향이 가진 공통점들은 그런 요인에서 비롯된 것들도 많아 보입니다만.

이명한: 사실 저는 어린 시절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 때 중·고등학생들은 주로 팝을 많이 들었는데 저는 가요를 좋아했고요. 특히 조용필 선생님. 조용필 선생님처럼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 들어가서도 밴드 활동을 했고 대학가요제까지 나갔죠. 그렇게 2~3년 맨땅에 헤딩하다 보니 현실의 벽이라는 게 참 높더라고요. 바로 그 무렵에 아는 선배가 “야, 너는 실력이 없으니까 가수는 안될 것 같고, 방송국 입사해서 PD나 해봐. 그러면 평생 가수 옆에서 살 수 있다”(웃음)고 이야기해줬어요. 그 말 듣고 바로 공채 준비를 해서 PD 시험을 본 거죠. 예능국을 선택한 것도 음악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 꿈은 지금도 가지고 있고요. 좀더 공부해서 그 로망을 실현시키고 싶어요. 안타까운 건 예능국에 들어온 수많은 PD들이 대부분 저처럼 음악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서 들어온다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웃음) 물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즐겁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예능 연출자로서 멘토로 삼았던 인물은 없었고, 오히려 문화적으로는 가수 분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는 거죠. 그래서 <1박2일>에 조용필 선생님을 모시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어려운 분이다보니 함부로 말씀드리기도 힘들지만, 조심스럽게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윤제균: 사실 저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꿈이 판검사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 목표가 확고해서 부모님께서도 당연히 저는 법대를 가서 판검사가 될 거라 생각하셨고요. 그런데 삼수까지 했는데도 성적이 안돼 결국 법대를 못 간 거죠. 어쩔 수 없이 상대 나와서 직장 생활의 길로 자연스럽게 접어든 거고요. 이른바 꿈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봐요. ‘열심히 일해서 40대에는 내 사업체를 가지겠다.’ 이건 실현 가능한 꿈이죠. 그런데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하면 그건 허황된 꿈이잖아요. 학창 시절의 저한테 영화감독이 된다는 건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과 똑같은 거였어요. 그랬는데 IMF 때 회사 그만두고 우연히 시나리오라는 걸 쓰게 되는 바람에 인생이 바뀌어버린 거죠.

이명한: 엔터테이너로서 지금의 저를 만든 문화적 환경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웃음의 감각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릴 때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만화책도 많이 찾아 읽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지금 작업하면서 도움이 되는 건 음악이에요. 한 시간 내내 웃기는 화면만 붙여놓으면 금방 지쳐요. 적재적소에 웃기는 장면들을 잘 배치하고 리듬감있게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건 결국 음악적인 센스와 연결된다고 봐요. 그래서 그 어떤 연출자나 감독들보다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엔니오 모리코네인 것 같아요.

윤제균: 사실 저한테는 인생의 영화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초·중·고등학교 때마다 한편씩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는 <E.T.>, 중학생 때는 <오복성>, 고등학생 때는 <영웅본색>이었죠. 따지고 보면 우리 때는 할리우드보다 홍콩영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글자 그대로 마음을 송두리째 뺏겼던 작품들 중에는 홍콩영화보다 할리우드영화가 훨씬 많았고요. 그렇게 영화에 매료되던 때만 해도 감독이라는 직업은 너무 먼 일이었어요.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긴 했지만 아무도 저한테 영화감독이 먹고살 만한 직업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80년대만 해도 영화감독은 배고픈 일이었으니까요.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올 2010년, 두분의 새로운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명한: 일단 올 상반기에는 <1박2일> 남극 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남극에 가게 된 만큼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영화용 영상을 담아보고 싶다는 고민도 있고요. O.S.T까지 따로 만들어서.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욕심이에요. 극장에서 개봉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그림이 나와야지 단순히 방송의 재탕 느낌이면 곤란하잖아요. <1박2일>이 원체 거대한 콘텐츠고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을 테니까요. 방송판과는 다른 내러티브나 방향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못 찾고 있습니다. 어쨌든 남극에는 갑니다. 가장 큰 의미는 예능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남극에서 또 다른 휴먼 스토리를 선보이게 될 거라는 점이고요. 기술적인 면에서는 남극행을 기점으로 <1박2일>도 HD 방송을 시작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요. <남자의 자격> 팀은 남아공월드컵에 가려고 해요. 이경규씨도 계시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큰 난점은 지금까지 이경규씨가 MBC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를 해오셨다는 거죠. 그것과는 다른 내러티브를 살려야 한다는 게 가장 고민스럽죠. 그래서 단편적이고 한시적인 기획이 아니라 1월부터 계속해서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해요. 단순히 이경규씨가 있기 때문에 남아공월드컵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과 축구’라는 주제로 스킨십을 좀더 끈끈하게 유도하려고 해요. 이벤트가 아니라 드라마로 만드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윤제균: 말씀하신 <1박2일> 극장판에 관해서는 저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최근에 <아바타> 때문에 제 영화 <제7광구>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사실 3D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건 지지난해였어요. 미국에 <해운대> 특수 촬영하러 가서 이것저것 보고 배우면서 차기작은 3D로 가겠다고 밝혔었거든요. 그때는 다들 진지하게 안 듣더니(웃음), 이제야 이슈가 된 거예요. 제가 지금 3D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지금까지 10편의 작품을 제작·감독하면서 쌓아온 것들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말과 같아요. 미지의 영역이니까요. 신인감독과 다를 바가 없는 거죠. 그런데 그게 크리에이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릇이 달라져도 담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의 성향과 크게 변하지는 않아요. 사실 지금 차기작으로 두 작품을 놓고 고민 중인데요. <제7광구>와 <템플 스테이>예요. <제7광구>는 석유 시추선이 있는 바다의 깊은 곳에서 괴물이 출현한다는 <에이리언> 같은 이야기고, <템플 스테이>는 미국의 꼬마 둘이 한국의 불국사 같은 절에 와서 템플 스테이를 하다 벌어지는 <박물관이 살아 있다!>풍의 영화예요. 완전히 다른 장르인데 둘 다 시나리오는 나와 있고, 2월이나 되어야 연출을 맡을 작품이 정해질 것 같아요. PD님이 보시기엔 두 작품 중에 어느 쪽이 나을 것 같으세요?

이명한: 저는 <템플 스테이>가 끌리는데요.

윤제균(1969년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9년 태창흥업 주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신혼여행>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2001년 <두사부일체>로 감독 데뷔. 주요 연출작으로 <색즉시공>(2002), <낭만자객>(2003), <1번가의 기적>(2007), <해운대>(2009)가 있으며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시크릿>(2009), <하모니>(2010) 등을 제작했다.

이명한(1970년생)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5년 공채 22기 예능제작국 프로듀서로 KBS에 입사. 2003년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으로 연출 데뷔. 이후 <스타골든벨>(2005), <윤도현의 러브레터>(2006), <해피 선데이-1박2일>을 연출했으며, 현재 <해피선데이>의 선임 프로듀서로서 <1박2일>과 <남자의 자격> 제작·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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