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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유머와 성장통, 록음악 <하우 투 비>
이화정 2010-01-27

synopsis 음악을 낙으로 삼아 일정한 직업도 방향도 없이 살아가는 20대 중반의 아트. 동거 중인 여자친구가 결별을 선언하자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아들의 고민에는 전혀 무관심한 부모. 가족에게조차 냉대받는 아트는 어느 날 우연히 심리치료사인 레비 박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캐나다에 살고 있는 그를 영국으로 초청,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는 않고 아트는 좌절의 나날을 보낸다.

아트는 쉽게 친해지기 힘든 인물이다. 영화의 처음, 그가 음악에 관한 애정을 드러낼 때만 하더라도 그는 그냥 꼴통 같거나 머저리 같거나 그 어디쯤에 위치하는 20대 청년으로 비친다. 여자친구도 부모도, 어눌하고 대책없는 그를 참아내지 못한다. 그러니 <하우 투 비>는 이 ‘못난’ 아트의 그렇고 그런 성장담이 될 뻔했다.

아트가 우연히 <네 탓이 아냐>라는 심리학책을 보게 되고, 저자인 레비 박사를 집으로 초청하면서 영화는 좀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레비 박사는 아트와 부모의 틀어진 관계에도, 혹은 여자친구가 그를 경멸하는 순간에도 느닷없이 등장, 아트에게 조언을 한다. 사실 그 조언은 실용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이고, 그의 등장은 실제가 아닌 아트의 심리를 헤집는 판타지 장면 같다. 그러니 아트가 그토록 얻고자 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은 이 영화의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하우 투 비>가 반짝하는 황홀한 영화로 기억되는 건 무능한 존재인 아트가 꽤 적극적인 기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클어진 머리, 낡은 점퍼, 해진 바지 차림으로 우울한 기색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아트는 결코 자신을 내다버리지는 않는다. 그는 헝클어진 자기 삶을 정리할 마음이 있고, 그래서 이 영화는 진취적인 에너지를 부여받는다. 그 결과 영국식 유머와 성장통, 중산층 가족의 와해와 록음악이 뒤범벅된 영화는 쓸쓸하지만 제법 유쾌하다. <트와일라잇>의 매혹적인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의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눌한 아트 연기는 만점 수준이다. 굳이 레비 박사가 아니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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