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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가족영화 <리키>
이영진 2010-02-03

synopsis 집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케이티(알렉산드라 라미)는 외국인 파코(세르지 로페즈)와 동거를 시작한다. 케이티의 7살 먹은 딸 리자(멜루신느 메이앙스)는 자신에게 관심이 줄어든 엄마가 못마땅하다. 리자의 질투는 케이티가 사내아이 리키를 낳으면서 더욱 심해지고, 케이티와 파코 또한 리키 때문에 자주 다투게 된다. 파코가 케이티와 다투고 집을 떠난 얼마 뒤 리키의 몸에 믿지 못할 변화가 일어난다.

첫 장면에서 케이티는 사회복지사에게 하소연하며 울고 있다. 파코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의 곁을 떠났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갓난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하지 못해 수입도 없다. 케이티는 눈물을 떨구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없느냐고 하소연한다. 장난친 뒤 시치미 뚝 떼는 포스터 속 아기 얼굴에 홀려 티켓을 구매했다면 ‘아차’ 싶을 거다. <리키>는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류의 흔한 코미디가 아니다. 로즈 트레멘의 단편소설 <나방>(MOTH)을 원작으로 삼은 프랑수와 오종은 “새로운 구성원으로 가족의 균형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 끌렸다고 말한다.

첫 번째 침입자는 리키가 아니라 파코다. 아빠를 그리워하지 않느냐는 파코의 물음에 케이티는 리자와 자신은 ‘한팀’이라고 말한다. 물론 케이티 혼자만의 생각이다. 파코가 새 가족이 된 뒤 리자는 찬밥 신세가 된다. 엄마 같은 딸 리자와 딸 같은 엄마 케이티의 팀워크는 점점 금이 간다. 두 번째 침입자 리키가 등장하면서 균형점 찾기는 더욱 요원해진다. 리키를 돌보는 일로 케이티와 파코는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리자는 틈만 나면 정적이나 다름없는 리키를 제거(?)할 공상에 빠져든다. 케이티와 리자는 파코와 리키를 불러들여 가족을 완성하지만, 행복은 더욱 요원하기만 하다.

<바다를 보라>와 같은 초기작부터 <5x2> 등의 근작에 이르기까지 프랑수아 오종은 유혹과 상실을 도발적인 어조로 다뤄왔다. <리키>에서도 그의 관심은 여전하다. 하지만 전과 달리 <리키>의 인물들은 파국을 향해 무작정 내달리진 않는다. 대신 기적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상처는 덧날 수 있다. 그러나 아물기도 한다. <리키>의 인물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리키의 날개(미리 일러주면 재미없다!)는 그런 점에서 오종 영화의 변화를 예고하는 표식인지도 모른다.

‘날개 달린 아기’라는 설정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케이티가 리키를 통해 모성애를 회복하는 동안 리자는 스스로 성장의식을 치른다. 케이티가 또 다른 아이를 임신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케이티 배 속의 꿈틀거리는 생명은 충만한 내일의 다른 이름이다. 동시에 리키가 리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프랑수아 오종 또한 “리자가 아기(리키)의 이름을 짓게 되는데 이야기 전체가 모두 리자의 상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독특한 가족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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