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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의 좀비 이야기 <이웃집 좀비>

synopsis 집 안의 틈 사이에 숨은 괴물에 공격당해 좀비가 되는 남자(<틈 사이>). 연인 사이인 좀비 남자와 인간 여자(<도망가자>). 자기 몸을 바쳐 좀비 어머니를 돌보는 딸(<뼈를 깎는 사랑>). 좀비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는 과학자, 그를 제거하려는 암살자,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백신의 시대>). 좀비였던 남자와 그에게 부모를 잃은 여자(<그 이후… 미안해요>). 그리고 짧은 에필로그 속 한 남자(<폐인 킬러>).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여섯개의 좀비 이야기.

<이웃집 좀비>는 좀비를 소재로 한 여섯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기본적으로는 공동 작업이지만 각본과 연출은 4인의 감독이 돌아가며 에피소드별로 맡았다. 제도권 내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뿐더러 친구들 몇몇이 모여 초저예산의 제작비로 만들어냈다. 한눈에도 여러 가지 제작의 열악한 조건들이 있었음이 보이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다(제작기 관련 기사 94쪽 참조). 2009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이웃집 좀비>의 모든 에피소드가 기존 좀비영화의 전통 안에 있지는 않다. 예컨대 <이웃집 좀비>는 이유 불문하고 퍼지는 좀비세계의 그 무시무시한 전염성을 장르적으로 재현하는 데 주력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조금 비틀어 본 설정과 어떤 곤란함에 주력한다. <이웃집 좀비>에서 좀비들은 저승의 불멸하는 시체가 아니다. 좀비가 만들어진 건 일종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했기 때문이며, 백신이 발명되어 좀비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사람도 있다는 설정이다. <도망가자>에서는 남자는 좀비이지만 여자는 인간이다. <뼈를 깎는 사랑>에서는 어머니가 좀비이고 딸이 인간이다. <그 이후… 미안해요>에서는 좀비였던 남자와 그 남자가 좀비였을 때 그에게 부모를 잃은 여자와 과거에 좀비였다는 이유로 지금 인간이 된 뒤에도 멸시받는 어떤 남자, 이렇게 셋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인간과 이웃하는 좀비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그런 식으로 두드러진다.

대략 장르별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주는 건 <이웃집 좀비>의 장점이다. 블랙코미디를 선호한다면 <도망가자>, 드라마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뼈를 깎는 사랑>, 액션을 보고 싶다면 <백신의 시대>, 사회적 논쟁거리를 안아보고 싶다면 <그 이후… 미안해요>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 적잖이 상투적인데다 유별난 영화적 독창성을 확인하기란 어려운 작품이지만, 그 완성도가 아니라 소박하고 열정 넘치는 시도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즐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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