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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배리모어의 첫 연출작 <위핏>
이영진 2010-02-17

synopsis 블리스(앨런 페이지)는 열일곱살이나 먹었지만 외박 한번 해본 적 없는 마마걸이다. 미인대회에 한맺힌 엄마 때문에 주말마다 드레스 입고 공주짓 하는 곤욕을 치른다. 미인대회 출전은 내키지 않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 블리스에게 기회가 찾아든다. 인근 도시 오스틴에 쇼핑하러 간 블리스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활보하는 또래들을 만난다. 주말마다 젊은이들이 여성만의 스포츠 ‘롤러 더비’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블리스는 며칠 뒤 덜컥 헐스카우트팀 오디션에 참가해 정식 멤버가 된다.

흔한 롤러스케이트 경주는 아니다. 롤러 더비(Roller Derby)의 룰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경기는 두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팀의 선수는 5명이다. 수비 역할을 맡은 4명의 선수와 공격 역할을 맡은 1명의 선수가 일정 거리를 두고 출발한다. 뒤편의 공격수가 앞의 수비수를 제치면 점수를 얻는다. 수비수는 상대팀의 공격수가 추월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린치도 가능하다. <위핏>의 롤러 더비는 카레이스, 아이스하키, 미식축구뿐만 아니라 프로레슬링의 쇼까지 가미한 ‘짬뽕’ 경기다.

‘반칙도 룰이 되는’ 롤러 더비지만, 어길 수 없는 원칙이 하나 있다. 오직 여자만이 롤러 더비에 낄 수 있다. 그렇다고 블리스가 테스토스테론이 넘쳐나는 선머슴 같은 여학생이어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쌈박질을 하는 건 아니다. 담배 피우지 마라, 문신하지 마라, 외박하지 마라, 록 듣지 마라, 마약하지 마라. 나이를 속이고 롤러 더비 선수가 된 블리스는 장애아를 키우는 주부 메이엄(크리스틴 위그)과 걸핏하면 코피투성이가 되는 스매들리(드루 배리모어) 등 팀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오로지 금언(禁言)만을 줄줄 외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한다.

체구는 부실하지만 스피드 하나만큼은 타고난 블리스. 투지는 좋지만 굼뜬 헐스카우트팀은 가볍고 날쌘 블리스를 영입하면서 각종 신기술을 선보이고 결승전에 오른다. 하지만 블리스의 진짜 상대는 1등을 놓친 적 없는 메이븐(줄리엣 루이스)이 아니라 왕고집 엄마(마샤 게이 하든)다. 다소 생소한 이색 스포츠에 세대간 갈등을 끌어들여 <위핏>은 스토리의 활력을 높인다. 블리스는 ‘남자는 미식축구, 여자는 미인대회’라는 텍사스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점프할 수 있을까. 플라워필름을 만들어 직접 제작을 도맡았던 드루 배리모어의 첫 연출작. 망가지고 나서 썰렁한 농담을 날리는 캐릭터들은 강렬하진 않지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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