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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 <어밴던드>
김성훈 2010-03-24

synopsis 1966년 러시아의 한 마을. 정체불명의 트럭이 급하게 달려와 멈춘다. 트럭에는 엄마와 쌍둥이 아기가 타고 있었다. 엄마는 죽어 있었고, 두 아기는 살아 있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미국으로 입양된 쌍둥이 중 한명인 메리(아나스타샤 힐)는 죽은 어머니가 남긴 저택을 물려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을 찾는다.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쌍둥이인 오빠 니콜라이(카렐 로덴)를 만난다. 그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당한 의문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저주받은 집’이라 불리는 저택에 남게 된 두 사람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어밴던드>에 등장하는 공간은 낯설다. 메리가 러시아 공항에 도착하는 오프닝 시퀀스가 첫 번째 단서다. 입·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항의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항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하고, 메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활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이어 등장하는 시내 광장, 메리가 물려받게 될 저택과 그 주변 마을도 마찬가지다. 낯선 건 공간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만나는 러시아인들은 그녀로부터 거리를 두려 한다. 말도 안 통하는데다가 그들에게 외부인 메리는 위협적인 존재일 뿐이다.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메리가 40년 만에 고국을 찾았을 때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어밴던드>는 그 당혹감이 두려움으로 발전하는 데서 시작한다.

카림 후세인의 소설 <The Bleeding Compass>를 원작으로 하는 <어밴던드>는 혼자 남겨졌을 때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택에서 오빠 니콜라이와 단둘이 남겨진 메리가 끊임없이 자신들의 환영을 목격하는 것도, 친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과거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도 두려움이 만들어낸 방어기제다. 메리가 과거를 잊으려고 해도 과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리가 겪는 섬뜩함을 함께 느껴보라는 듯 감독은 메리의 시점과 관객의 그것을 동일시한다. 시점숏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은 제법 오싹하다. 그러나 저택이라는 한 공간에서 단 두명의 인물이 긴 극을 끌고 가다보니 힘이 다소 달린다.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상황만 반복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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