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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법칙을 반복하는 사연 <데드라인>

synopsis 시나리오작가 앨리스(브리타니 머피)는 창작을 위해 프로듀서가 빌려준 집에 들어가 얼마간 머물기로 한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간 얼마 뒤부터 앨리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마치 누군가가 집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 궁금증에 집 안을 뒤지던 앨리스는 루시(도라 버치)와 데이빗(마크 블루카스) 부부가 여기 살았던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비밀도 함께.

<데드라인>은 공포영화다. 공포영화에서 시나리오작가 한 사람이, 그것도 과거의 잊지 못할 상처를 지닌 누군가가 오래된 기운이 스며 있는 집에 들어가 머문다. 그렇다면 이제 방향은 좀더 분명해진다. 그 집은 어떤 집일까. 대개 ‘유령 들린 집’이다. 공포영화의 오래된 불문율이기도 하며 <데드라인> 역시 그렇다. 주인공 앨리스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뭔가 스산한 기운을 느낀다. 전에 이 집에 살았으나 비운의 운명을 맞은 루시와 데이빗 부부의 사건이 유령 들린 집의 원인이다. 앨리스가 그들이 찍어놓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앨리스의 놀라움은 더 크다. 그들의 불행이 그녀의 불행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루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심각한 의처증 증세를 보인 데이빗. 앨리스는 같은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 의심이 병적으로 심했던 남자친구 벤 때문에 앨리스는 유산을 한 경험이 있다. 앨리스는 루시와 데이빗의 이야기에 집착한다.

<데드라인>의 구도는 비디오테이프 안에 담겨진, 서서히 일촉즉발로 전개되는 루시와 데이빗의 상황과 그걸 보는 앨리스의 두려움, 이렇게 두 종류의 분위기로 흘러간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그러나 사연으로 친다면 루시와 앨리스는 거의 같은 인물이다. <데드라인>은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의 출현이라는 공포영화의 ‘도플갱어’ 법칙을 반복하는 사연이라는 쪽으로 풀어낸다. 이 점이 기발하다. 앨리스는 점점 더 루시에 동화되어간다. 이런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하다. <데드라인>은 장르영화의 전통적인 규약들을 영리하게 잘 매설한 것 같다. 그런데 잘 설치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건 규칙이 아니라 효과의 차원이다. 이야기의 설정 방식은 틀이 잡혀 있는데 공포의 효과는 시종일관 1차원적이다. 끼익거리는 문소리, 그다지 홀리지 않을 것 같은 그림자의 둔한 움직임 등에 영화의 공포 효과를 상당수 의탁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음악이 영문 모르게 깔려 있다. 2009년 12월20일 32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여배우 브리타니 머피의 주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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