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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탐구 <공기인형>
이화정 2010-04-07

synopsis 섹스돌 ‘노조미’(배두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의 움직임과 감정을 갖게 된다. 바깥세상이 궁금해진 그녀는 주인 몰래 외출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중, 노조미는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 ‘준이치’(아라타)에게 반하게 되고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한다. 주인이 없는 낮엔 평범한 비디오가게 아르바이트생으로, 밤엔 섹스돌로 지내는 동안 노조미는 점차 자신의 정체성에 눈을 뜨게 된다.

인간의 고독에 대한 질문이라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겐 뗄 수 없는 숙제다. 그가 그 주제를 건네는 방식은 독특하다. <원더풀 라이프>(2001)에서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 림보의 인물을 그린다거나, <아무도 모른다>(2004)에서처럼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된 아이들을 그리는 식이다. 솔깃한 소재인 건 확실하지만, 아이디어에 국한되지 않는 철학적 사고로 그의 영화는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공기인형> 역시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탐구를 그치지 않는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다. 이번엔 도시를 무대로 한 한편의 판타지 동화라는 말이 걸맞다. 성욕 해소를 목적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5980엔짜리 섹스돌. <공기인형>의 주체는 바로 이 차가운 섹스돌 ‘노조미’다. 고레에다는 고다 요시에의 단편 만화 <공기소녀>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인간의 사용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섹스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밤이 되면 섹스돌로서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만, 주인이 외출한 낮 동안은 온전히 ‘그녀’(진짜 여성형을 부여받은)의 것이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비디오대여점에 취직해 점원 ‘준이치’(아라타)에게 사랑도 느끼게 된다.

혼란의 시작은 노조미가 감정을 가지면서부터다. 어떤 용도로서의 자신이 아닌, 욕망을 가지면서 노조미는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고뇌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혼란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게 표현된다. CG는 거의 배제한 수작업. 마크 리 핑빙의 수려한 카메라가 뒷받침된 매 장면은 한편의 시같이 섬세하게 연결된다. 인형으로서 하는 ‘가짜’ 섹스가 아닌, 노조미가 실제의 전율을 느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기억할 만한 장면이다.

그럼에도 <공기인형>은 고레에다의 필모그래피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는 못한다. 노조미의 고뇌에 집중하기에 고레에다는 너무 많은 예를 찾아 헤맸다. 짧은 러닝타임에 굳이 거식증에 걸린 여자와 늙는 걸 두려워하는 노처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 오타쿠 청년을 열거하지 않았더라도 노조미로 대변되는 지독한 고뇌는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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