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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슈퍼히어로영화 <킥애스: 영웅의 탄생>
강병진 2010-04-21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만 킥애스는 힘도 없으면서 책임감을 느낀다. 누군가 맞고 있을 때, 적어도 한명쯤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여자 앞에서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밖에 없던 데이브(애런 존슨)가 슈퍼히어로 킥애스로 거듭난 이유다. 우연히 싸움에 휘말린 그는 맷집 하나로 전국적인 영웅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발길이 닿은 곳에 또 다른 슈퍼히어로가 나타난다. 마약조직의 우두머리인 디아미코(마크 스트롱)에게 원한을 가진 부녀히어로 빅 대디(니콜라스 케이지)와 힛걸(크로 모레츠)이다. 킥애스는 진짜 슈퍼히어로다운 그들의 모습에 반하고, 빅 대디와 힛걸은 그에게 동참을 제안한다.

<킥애스: 영웅의 탄생>(이하 <킥애스>)은 마블코믹스의 꽤 과격한 자기부정이다. 가족관객을 포괄해야 하는 블록버스터의 특성상 적절한 수위를 지켜온 <스파이더 맨>이나 <아이언 맨>과 달리 <킥애스>는 더 거칠고, 잔인하고, 때로는 지저분하게 달려간다. 주인공 데이브는 벌거벗은 아프리카 여성원주민 사진만 봐도 자위를 하는 ‘너드’ 소년이다. 그런가 하면 빅 대디는 딸에게 담력훈련을 시키겠답시고 방탄조끼를 입혀놓고 총을 갈기는 아빠다. 사람 목 하나 날리는 것에 눈 하나 깜짝도 않는데다, 입만 열면 욕설인 11살 소녀 힛걸은 더 가관이다. 이들을 데리고 선혈이 낭자한 액션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킥애스>는 부문별 대가들의 결을 가져오는 것도 괘념치 않는다. 주드 애파토우가 만든 <스파이더 맨>인가 싶더니, 쿠엔틴 타란티노의 <배트맨>이고, 오우삼이 연출한 <스카이 하이>다. 아예 말초적인 자극을 목표로 삼은 터라 굳이 지나친 상업주의나 폭력성을 비판하는 것도 무색할 정도. 게다가 그 와중에도 곱씹을 만한 현실적 메시지와 울컥한 순간을 만들어내니 신기할 노릇이다. 10대 소년과 꼬마 여자가 등장하는 19금 슈퍼히어로영화는 그처럼 놀랍고, 파격적이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품고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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