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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성 인권문제 <섹스 볼란티어>
송경원 2010-04-21

우문현답(愚問賢答)은 있어도 현문우답(賢問愚答)은 없다. 좋은 질문은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 각자의 선택에 맡긴 채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질문이 있다. 장애인은 성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섹스, 그 원초적인 욕망의 문제이다.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대표적인 욕구인 성욕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수치심의 영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금지 당한다. 2009년 전주영화제에 소개되며 호평을 이끌어냈던 문제작 <섹스 볼란티어>는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한다. 정말 그래도 좋은 걸까?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 최예리는 장애인복지관 신부의 도움으로 중증장애인 황천길과 한 모텔에서 섹스자원봉사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로부터 성매매가 아니냐는 추궁을 받고 세 사람은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섹스 볼란티어>는 얼핏 간단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뒤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열시킨다. 중증장애인의 성욕 해소문제를 둘러싸고 신부와 섹스자원봉사자, 집창촌의 포주와 성매매 여성까지,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각자의 입장을 서술하는 것이다. 인터뷰라는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을 뼈대로 사이사이 극화한 에피소드를 양념으로 집어넣은 이 영화는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마도 정답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러한 결정짓지 않는 태도에 있다.

장애인과 성 인권문제, 봉사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한 화두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카메라에 정서를 개입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후반에 이르러 조금은 서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그것은 “배는 고프지 않아요. 사람이 고파요”라는 중증장애인 황천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본질적인 애잔함 때문일 것이다. 그 애잔함이 영화의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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