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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시를 만나다’ 첫 번째 극장 상영작 <서울>
송경원 2010-04-21

여행 사이트 ‘론리플래닛’에서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된 서울도 <로마의 휴일>의 로마처럼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서울>은 서울, 인천, 춘천, 부산, 제주 등 한국의 다섯 도시를 소재로 하여 5인의 감독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연출한 프로젝트 ‘영화, 도시를 만나다’의 첫 번째 극장 상영작이다. 초반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청춘로맨스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 윤시명(김세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울>은 그가 찍는 영화를 보여주는 영화 속 영화 이야기다. 하지만 이같은 구성이 어떤 영화미학을 위해 선택되었는지 그 목적을 알기는 어렵다.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사고를 치면서 대타인 채만(이호영)과 지혜(박지윤)가 영화를 찍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반부의 전형적인 연출과 과장된 연기는 참아내기 힘들고 이 탓에 후반부 로맨스영화로의 감정이입마저 쉽지 않다.

영화 속 영화 이야기에서 채만은 고국을 찾은 입양아인 지혜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를 위한 서울 안내를 시작한다. 낯선 도시에서 두 남녀의 만남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 미묘한 애정을 쌓아간다는 내러티브는 <비포 선라이즈>와 닮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사의 힘과 두 사람의 사연은 그만큼 견고하진 못하다. 오히려 영화는 관광홍보라는 기능에 충실하여 고궁, 인사동 길, 한옥마을, 북촌, 청계천, 남산, 한강의 야경, 유람선 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익숙한 공간들을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반갑지만 이 영화가 과연 서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는지는 미지수이다. <서울>은 사람이 사는 서울의 모습이 아니라 서울의 좋은 데이트 코스를 전시하는 데 그친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스틸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을 기억이 묻은 장소로 변모시키려 노력하지만 그들의 추억은 끝내 우리의 장소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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