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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바운티 헌터>
이영진 2010-04-21

‘그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로맨틱코미디의 변치 않는 계율이다. 신성한 사랑을 발로 걷어차버린 커플들은 흔히 고난의 행로에 던져진다. 한때 부부였던 마일로(제라드 버틀러)와 니콜(제니퍼 애니스톤)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전직 형사였던 마일로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지만 외려 범죄자 취급을 받고 감옥에 처박히기 일쑤다. 기자인 니콜은 살인사건 취재 중에 경찰 폭행이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지명수배자 신세가 된다. 돈과 명예를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쓸수록 ‘사랑에서 낙오한’ 두 사람의 꼴은 더 우습게 된다. 마일로는 고작해야 5천달러 현상금을 손에 넣기 위해 니콜을 잡으려 하고, 니콜은 특종을 위해 전남편의 목에 고압전류기를 가져다 댄다.

<사랑보다 황금> <Mr.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스위트 알라바마> 등의 전작에 이어 앤디 테넌트는 이번에도 ‘사랑 제일주의’ 전도사를 자임한다. 니콜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마일로와 어떻게든 마일로에게서 도망치려는 니콜의 소동은 이미 갈라선 부부의 뒤늦은 부부싸움이다. 살인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의 여행이 실은 ‘제2의 허니문’이라는 설정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성숙의 또 다른 증거”라는 앤디 테넌트의 ‘원 포인트 러브 레슨’은 그다지 흥미로운 조언이 못 된다. 니콜이 신혼여행을 갔던 오두막집 간판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마일로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옛사랑의 재림을 고백하는 장면은 요란법석 소동극 안에서 느닷없고, 뜬금없기까지 하다. 헐겁고 무성의한 플롯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러브 헌터’들은 쉬지 않고 떠들지만 넘쳐나는 대사 중 마음을 건드리는 건 없다.

촬영기간 중 제라드 버틀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며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바운티 헌터>는 <300>의 근육남과 로맨틱코미디의 여신, 두 배우의 실제 사랑을 증거하는 기념품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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