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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환] 영화제, 이젠 제작 단계까지 이어준다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0-04-28

CinDi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함께 진행하는 CJ엔터테인먼트 최준환 상무

“건설로 보자면 시공부터 입주까지 한큐에 가능한 거죠.” 이것이야말로 시네마디지털서울(이하 CinDi)영화제의 새 프로젝트에 대한 명쾌한 묘사다. 올해 8월18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4회 CinDi는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를 신설했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잠재력있는 한국의 신인감독 중 세명 내외를 선발해 차기작을 기획·개발하고, 나아가 결과물이 좋으면 영화제작까지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감독과 제작자, 혹은 감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단계에서 멈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영화제작까지 고민하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는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한 신인감독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CinDi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최준환 상무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J쪽에서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다고 들었다. 계기가 뭔가. =우리가 CinDi에 주목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로 영화의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데 후원을 하는 김에 단순히 영화제의 미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미래와 발전 또한 같이 고민해야겠다 싶더라. 그 최선의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상금지원도 하고, 개발도 도우면서 젊은 감독들이 좋은 영화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한국영화계는 시스템을 통해 감독을 발굴하는 이점이 있고, 영화제 입장에서는 좀더 힘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영화제쪽에 전달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주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정확히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란 어떻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인가. =한국 장·단편영화 15편을 선정해 상영하는 ‘버터플라이’ 부문과 아시아 경쟁부문의 한국영화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의 감독 세명(이하)을 선정한다. 그런 다음 그들의 차기작을 CJ가 함께 기획, 개발한다.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과정 등을 거치며 서로가 서로를 검증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나갈 거다. CJ는 자체적으로 만든 작품 개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사실 신인감독들이 혼자 힘으로 작품을 개발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버터플라이 프로젝트’에 당선된다면 그런 노력들을 줄일 수 있을 거다.

-이름은 누가 지었나. =정성일 프로그램 디렉터가 고민을 많이 했다. ‘버터플라이’(나비)라는 뜻에는 모두 동의했는데, 어떤 의미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누에가 멋진 나비로 변하는 차원의 버터플라이냐, 씨앗과 꽃가루를 옮기며 온 사방을 꽃밭으로 만든다는 뜻의 버터플라이냐를 고민했다. 결국 후자쪽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심사기준은 어떻게 되나. =이 프로젝트는 우수한 영화를 뽑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 작품을 만든 감독의 연출력을 가늠하는 프로젝트다. 따라서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감독 개개인의 잠재력과 열려 있는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보려고 한다.

-그런데 영화제 출품작 한편만 보고 신인감독의 잠재력을 쉽게 평가할 수 있겠나. =안 그래도 그런 이유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 얘기도 나왔다. 단순히 영화만 출품하지 말고 그 감독이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시나리오나 포트폴리오를 같이 내게 하면 어떨까. 만약 그랬다면 훨씬 더 감독들의 잠재력을 검증할 수는 있었겠지만, 이 프로젝트가 영화제의 공식적인 섹션으로 편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지원자들이 공지를 내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서 올해는 일단 출품작으로만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 방법은 내년부터 차츰 정비해나갈 생각이다.

- ‘버터플라이’ 부문의 경우 장·단편영화를 나누지 않고 한 섹션에 같이 두는 것이 독특하다. =우리가 검증해볼 수 있는 폭과 대상을 최대한 넓혀서 찾아보고 싶었다. 만약 단편영화들만 남겨뒀을 경우 다른 영화제들과의 차별성을 갖기도 어렵고, 단편만 봐서는 그 사람의 장편영화 역량을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장편영화만 받는다고 하면 과연 몇편이나 (접수가) 들어올 것인가 하는 양의 문제가 있었다. 한마디로 단편만 있을 때의 장단점, 장편만 있을 때의 장단점을 고려해 합친 거다.

-혹시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롤모델이 있나. =가장 근접하게 생각했던 건 로테르담영화제의 시네마트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단순히 감독들에게 관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만이 아니라 그들이 작품을 연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자료를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영화제작까지 지원하겠다는 영화제는 CinDi가 유일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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