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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에 대한 믿음을 그리는 영화 <우리 의사선생님>
강병진 2010-04-28

<유레루>를 연출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이번에도 ‘숨겨진 비밀’을 그린다. 약 1500명의 인구 중 절반이 노인인 시골 마을의 한 의사가 감춘 비밀이다. 도시의 젊은 의사 소마(에이타)는 이 마을로 인턴 발령을 받아 나이든 명의 이노(쇼후쿠테이 쓰루베)를 만난다. 지난 3년 반을 이 마을에서 살았던 그는 사람들에게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언제나 따뜻한 웃음으로 환자를 맞이하고, 증상을 보기 전에 환자를 먼저 살피며 그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아주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소마는 그를 통해 도시의 진료 시스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깨닫지만, 이노는 자신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노는 마을에서 홀로 사는 한 여자의 몸에서 암을 발견한다. 그녀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자신에 대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거짓말에 동참하게 된 이노의 눈빛은 점점 더 흔들린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자격에 대한 믿음을 그리는 영화다. 극중 젊은 의사의 눈에 이노는 실력과 덕망을 갖춘 최고의 의사지만, 그럼에도 이노는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며 마을 사람들의 병력을 모두 꿰고 쉴새없이 공부하며 노력한다. 영화의 일부분은 이노와 마을 사람들간의 인정 넘치는 에피소드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붉은 수염>이나 몇몇 일본 의학만화처럼 의술이 아닌 ‘인술’을 통한 밝은 유머가 담겨 있다. 여기에 이노의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가 엮이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밝혀내려는 것은 이노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이노에게 가진 믿음의 정체다. 왜 그들은 이노를 신처럼 떠받들었는가. 이노가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이 마을에서 의사로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의사선생님>은 전반적으로 휴머니즘 드라마적인 분위기를 지켜가면서도 그리 녹록지 않은 현실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국민 엔터테이너인 쇼후쿠테이 쓰루베가 자신과 똑 닮은 남자인 이노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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