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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이며 냉혹했던 미국 호러무비의 잔상 <핑거프린트>

어느 밤 스쿨버스 한대가 어린 학생들을 태우고 기찻길을 건너고 있다. 그러다 기차와 충돌하는 끔찍한 참사가 벌어진다. 영화의 첫 장면이며 1957년 에메랄드라는 마을에서 벌어진 사고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 몇 십년이 지난 뒤 주인공 멜라니(레아 파이프스)와 그녀의 언니는 지금 밝은 햇살 아래 그 기찻길을 막 건너려 한다. 그들은 에메랄드 마을에 전해져오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1957년의 그때 사고 이후 한 가지 믿지 못할 풍문이 떠돈다. 이 기찻길 한가운데 차를 세워놓고 기차가 달려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어린아이들이 나타나 위급한 순간에 차를 밀어주어 사고를 면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멜라니의 언니는 깔깔대고 웃는데, 그때 멜라니의 눈에는 줄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서 있는 한 아이가 들어온다. 그 뒤, 멜라니를 중심으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한때 남자친구와 함께 마약에 취해 인생의 바닥까지 경험한 고등학생 멜라니는 무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떠도는 기운은 위험하다.

<핑거프린트>를 B급 호러영화에 포함시켜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영화를 B급 호러라고 말한다면 재치와 상상력과 도발성으로 무장하고 나타나 B급 호러무비의 기발하고 통쾌한 면모를 구축한, 다른 영화들이 무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핑거프린트>는 장점을 찾아내려 할 때 다소 진땀을 흘려야 할 정도다. 조잡하고 느슨한 게 심한 편이다. 반면 기존 질서를 비트는 최소한의 악동 기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호러무비에 대한 상투성을 대강 베껴서 만든 납품물이다. 위험한 십대, 평온하지만 음험한 마을, 프레디 또는 제이슨과 같은 정신병적 살인마의 부활, 적절한 하드고어 등이 구성력없이 나열되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 초의 그 이상할 만큼 무차별적이며 냉혹했던 미국 호러무비의 잔상이 2006년에 제작된 이 영화에 어떤 식으로 스며 있는지 알아차리는 정도가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겠다. 감독 해리 바실은 2001년에 <포스 테너>로 데뷔했고 2007년에 <어반 디케이>라는 좀비영화를 한편 더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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