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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1. 작품비평(요약본): 신동일의 <반두비>

충동의 미학이라 부르고 싶다

한 여자 고등학생이 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소 사장 아들의 차에 기름을 주입하다 말고 주유기를 뽑아 그의 얼굴과 몸에 기름을 뿌려대며 친구가 일했던 회사 사장 집에 들어가 “너 언제 인간 될래”라며 그의 따귀를 때린다.

얼핏 보면 상식에 맞지 않고 황당하기까지 한 이러한 장면들은 관객에게 상당한 낯섦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충동적 도발은 신동일 영화의 전편을 아우르는 특징 중 하나이다. 충동은 본능에 기원하지만 사회적인 경계의 개념이다. <방문자>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친구)처럼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신동일 감독은 밖은 없고 안만 있는 내재성의 사회 속에서 줄곧 타자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던 작가다. 감독은 타자를 제거하거나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합리성이라는 이름의 허위와 자기 동일성의 원칙 아래 나와 동일한 것으로 바꿔나가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비웃는다. 도발적 충동은 합리성에 구멍을 내고 균열시키며 틈을 만든다. 타자의 틈이 주체이며 자신의 정체성은 타자를 먹는 행위에서 발생한다. <반두비>에서 먹는 행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반두비>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못 먹었던 음식을 민서가 잘 먹게 되는 이야기다.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서의 담임이 민서에게 얘기하듯이 잘 먹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먹는 타자 살해는 필연적이지만 그것을 잘해야 하는 타자 존중도 필연적인 것이다. 프로이트는 살해가 문화의 기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살해는 불가능하다. 카림은 여권 기간 만료로 죽지만 죽을 수 없어 유령이 된다. 죽음의 의미가 강해져야 삶의 의미도 강해진다. 먹는 것은 성적 관계로 확대된다. <반두비>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성적 긴장 관계 속에 놓인다. 심지어 민서의 엄마와 카림도 그러한 관계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민서는 엄마에게 “그 남자한테도 관심있어? 소개시켜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권력은 여지없이 작동한다.

<반두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합리성을 깨부수는 작업을 해왔던 감독의 사유가 합리성이 통제할 수 없는 신체성에까지 확장되었다는 데 있다. 인간에게는 쥐나 뱀같이 죽어도 못 만지는 동물이 있듯이 병적 혐오감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성적 분비물이나 배설물과 같이 인간과 자연에 더 가까운 것일수록 그 냄새에 더 역겨움을 느낀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되었는가? 합리성은 이것을 병이라며 제거하려고 할 뿐 절대 이 혐오감을 극복할 수 없다. 카림은 이런 병적 혐오감의 대상이다. 가게의 점원은 거스름돈을 카림의 손에 쥐어주지 않고 쇼핑 봉투에다 올려놓는다. 만질 수 없는 것은 공포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모방하는 능력이 있다. 모방은 대상에 거리를 두고 사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닮으려고 하는 것이다. 모방은 이러한 혐오감을 극복하는 힘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민서는 카림이 했던 것처럼 자신의 옆구리를 만지는 행동을 따라하며 미소짓는다.

우리가 이 영화의 도발적인 장면에서 낯섦을 느낀다면 그것은 억압되었던 친숙함이 깨어나서 귀환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체성이며 합리성을 깨부수는 이 영화의 힘이다. 귀를 잃어버렸기에 자연의 소리를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처럼 감독은 자동화되어 있는 우리의 감각을 깨우려고 한다. 고전적인 서사체로 보면 카림이 선한 주인공이며 민서는 착한 캐릭터는 아니다.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핸드헬드 기법과 감정과 정서를 강화하려는 망원렌즈까지 사용하지만 우리가 동일시되는 사람은 카림이 아니라 민서다. 그것 또한 감독이 영화적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이다. <반두비>가 진정으로 묻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유령처럼 살아온 지 너무 오래돼서 자신이 유령인지도 모르는, 자신이 죽은지도 모르는 우리 현대인에게.

개념을 쉽게 풀어 쓰려고 노력했다

최우수상 당선자 김태훈

최우수상 당선자 김태훈(37)씨는 지난 학기까지도 모 대학에서 영화 강의를 해왔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인 셈이다. 스스로 공부에 욕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하는데 약력을 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학부 때는 영화 동아리의 일원이었고 서강대 영상대학원 영상예술석사(MFA) 영화 전공을 마쳤고 그 다음에는 고려대 영상문화학 박사를 수료했다. 연출과 평론을 병행하는 데 관심이 생겨 응모하게 됐다고 말한다.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인재다. 왕가위와 <러브 액츄얼리>를 동시에 좋아한다는 김태훈씨에게 평론가로서의 첫걸음을 물었다.

-평론쪽에 관심을 둔 계기가 있나. =연출의 꿈을 버린 건 아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무언가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영화연출도 처음부터 뭔가 계획하고 했던 건 아니다. 연출과 평론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를 찍기 위해서 영화를 공부했던 것처럼.

-감독 박찬옥과 <파주>를 중심으로 감독론을 보내왔다. =지난해 11월엔가 <파주>를 봤다. 굉장히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살펴봤다. 그 글들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작품은 더 풀 수 있고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데, 라는 거였다. 전체적으로 구상을 한 뒤 한 2주 꼬박 매달려 썼다

-지식이 많아 보이는데, 용어들은 친절하게 쓰려고 신경 쓴 것 같다. =개념들을 내가 아는 한도에서 쉽게 풀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떤 평론을 쓰고 싶나. =주로 마음이 가는 대로 손이 가는 편이라, 막 쓴다(웃음)고 해야 할 텐데.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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