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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 <엣지 오브 다크니스>
이영진 2010-06-02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는 보는 이의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마땅한 분노, 곱절의 앙갚음이야말로 관객이 원하는 감정과 행위라고 여겨진다. 적이라고 인식하면 망설일 필요 없이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처단하면 모든 불법이 용서된다. <테이큰>이 그렇고, <모범시민>이 그렇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의 토마스(멜 깁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보스턴에서 30년 가까이 경찰로 살아가는 토마스에게 딸 엠마(보자나 노바코빅)는 유일한 혈육이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딸과의 저녁식사 도중 토마스는 괴한의 총격을 받게 되고, 이 사고로 엠마는 목숨을 잃는다. 토마스는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이의 소행이라고 여기고 용의자를 뒤쫓지만, 얼마 뒤 적들의 표적이 군산복합체의 비밀을 외부에 노출하려 했던 엠마였음을 깨닫게 된다.

사적 복수극의 궤적을 벗어나지 않지만, 엄밀히 말해서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복수 그 자체에서 쾌감을 구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적을 만들 정도의 삶을 살진 못했어.” 평범하고 소심한, 하지만 일에 매여 사느라 딸을 돌보지도 못했던 토마스. 과연 딸은 무슨 일을 했기에 국가기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른 것일까. 그의 복수는 딸을 죽인 이를 찾아내 얼굴을 짓이겨주는 것이 아니라 딸이 공개하지 못했던 비밀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법조차도 외면했던 딸의 고통을 직접 치유하는 해결사가 된 토마스는 불법을 저지르지만, 선한 폭력만을 행한다. 이를테면 극중 등장하는 토마스의 폭력은 ‘무조건’ 선제공격이 아니라 ‘언제나’ 정당방위다. 이유를 묻지 않고 행하는 거침없고 무자비한 폭력의 장면들을 기대했다면,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다소 심심한 영화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아쉬운 건 딸을 죽인 집단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얼마 되지 않는 단서를 뒤&#51922;아 토마스가 사건의 꼬인 매듭을 풀어내는 방식은 너무나 단순하다. 사건의 전모는 토마스와 살아남은 자들의 끊임없는 대사로만 들려진다. 관객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조금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다. 때가 되면 그저 일러줄 따름이다. 멜 깁슨의 주름살이 딸에 대한 부정으로 일그러질 때 그의 침묵은 꽤 무거워 보인다. 하지만, 총을 들이밀고 윽박지를 때 육중한 감정은 휘발되어 없다. 토마스의 앞길을 막기도 하고, 또 그의 복수를 돕기도 하는 더리어스 제드버러(레이 윈스톤) 같은 인물은 버디물의 캐릭터처럼 꽤 풍부하게 묘사됐다. <007 카지노 로얄> <레전드 오브 조로> 등 주로 시리즈물의 연출을 맡아왔던 마틴 캠벨 감독 작품. 25년 전 자신이 연출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한 동명의 <BBC> 드라마 시리즈를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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