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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보의 등장 <엽문2>
강병진 2010-06-16

전편에서 중국을 떠난 엽문(견자단)은 1950년대 홍콩에 살고 있다. 제자를 받지 않으려 했던 엽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도장을 차린다. 하지만 이곳 역시 불산에 있던 무관의 거리처럼 수많은 무술사범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도시다. 엽문의 도장이 번창하자 지역 최고의 무술사범인 홍가권의 고수 홍진남(홍금보)은 그에게 다른 사범과 겨루어 자격을 인정받으라고 강요한다. 많은 사범을 쓰러뜨린 뒤, 홍진남과 무승부를 기록한 엽문은 그와 무술고수로서의 존경을 교감한다. 한편, 당시 홍콩을 지배하던 영국 군부는 자국의 권투챔피언인 트위스터(다렌 샤라비)를 데려와 영국의 위대함과 중국의 무력함을 증명하려 든다. 홍진남은 민족적 자존심을 위해 그와의 대결에 나서고, 엽문은 홍진남의 출전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전편인 <엽문>은 엽문이 수련하는 영춘권의 철학을 “중용을 지키고 평화를 위해 싸우는 것”으로 소개한다. 엽문의 액션이 예의와 여유를 지키는 스타일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엽문2>에서도 그의 무술은 갈등을 중재한다. 제자들이 일으킨 소란을 중재하기 위해, 마을의 평화를 위해, 그리고 망가진 중국인의 자존심을 위해. 엽문을 행동으로 이끄는 여러 에피소드가 나열되고, 마지막에는 거대한 적과의 대결로 이어지는 구성은 전편과 다를 게 없다. 단, 전편과 다른 재미가 있다면 홍금보의 등장이다. 그가 연기한 홍진남은 엽문을 방해하는 악역처럼 보이는데, 그랬던 그가 가족을 먹여살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비출 때, 이들의 만남은 좀더 흥미로워진다. 하지만 마지막 대결에 이르러 영화는 주인공의 영웅적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 손발이 오글거리는 국면을 구성한다. 엽문의 액션은 그가 같은 동족과 싸울 때 흥미롭지만 적과 싸울 때 심심해진다. 트위스터와 싸우는 마지막 대결보다 홍진남과의 대결이 더 클라이맥스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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