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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소재로 한 전형적인 감동실화 <맨발의 꿈>
이화정 2010-06-23

<맨발의 꿈>의 시놉시스를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전직 축구선수 원광(박희순)이 마지막 승부처로 택한 동티모르. 사업으로 한몫 잡겠다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그곳에서 그는 변변한 운동화도 없이 맨발로 축구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내전의 상처로 얼룩진 가난의 땅, 그곳에서 그의 인생 계획은 수정된다. 바로 아이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축구감독으로. 동티모르의 ‘히딩크’로 통하는 김신환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맨발의 꿈>은 전형적인 감동실화이자, 철없는 어른과 그를 일깨워주는 아이들의 성장기다. 김태균 감독이 애초 이 이야기를 접한 곳 역시 한 다큐멘터리 TV프로그램에서다. 감동을 소재로 삼는 영화에 꼭 필요한, 적절한 뒷이야기까지 준비된 셈이다.

등 떠밀려 시골로 내려갔다가 아이들에게 동화된 <선생 김봉두>와 <맨발의 꿈>의 구조는 얼핏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맨발의 꿈>을 한수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전형성 안에서 전형성을 극복하는 재주를 지녀서다. 인물간의 충돌과 그걸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거기서 전달되는 감동의 카타르시스라는 뻔한 구조는 그대로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그 구조를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화산고> <늑대의 유혹> 등 주로 청춘물을 소화해낸 김태균 감독은 축구장면과 어우러진, 속도감있는 편집을 적극 활용, 극에 활력을 더한다. 일등공신은 애드리브를 넘나드는 박희순과 고창석의 노련한 연기다. 정제되었다기보단 오히려 거칠지만, <맨발의 꿈>은 감동실화가 흔히 빠지기 쉬운 진부함이라는 오류를 말끔히 극복한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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