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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더 런어웨이즈’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런어웨이즈>
강병진 2010-06-23

때는 1970년대, 소녀들을 위한 롤모델이 없던 시절이다. 척 베리처럼 기타를 치고 수지 콰트로처럼 노래를 하고 싶던 조안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컨트리 음악만 가르치는 세상에 짜증을 느낀다.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체리 커리(다코타 패닝)는 데이비드 보위의 무대를 꿈꾸지만, 돌아오는 건 쓰레기 세례뿐이다. 어느 날 프로듀서 킴 파울리(마이클 섀넌)를 만난 이들은 최초의 걸그룹 록밴드를 결성하고, 그들 자신이 소녀들의 롤모델이 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 70년대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건 정해져 있다. 남성 록밴드보다 강할 것, 그리고 창녀처럼 섹시할 것.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결국 소녀로 소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또 다른 방황이 찾아온다.

<런어웨이즈>는 지난 1975년 <체리 범> <퀸스 오브 노이즈> 등의 곡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그룹 ‘더 런어웨이즈’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체리 커리가 쓴 자서전 <네온 엔젤>이 바탕이 됐고, 실제 멤버인 조안 제트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만큼 영화 속 런어웨이즈의 열창은 당시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비욕, 마릴린 맨슨 등의 공연실황과 뮤직비디오를 만든 플로리아 시지스몬디 감독의 연출 또한 공연의 열기를 담는 한편, 술과 마약에 빠진 이들의 방황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음악적인 즐거움 외에 이들의 갈등과 방황에서 신선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는 정작 왜 이들이 록음악에 열정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음악이 70년대 미국의 공기와 마찰하며 겪을 법한 에피소드들에도 무심하다. 전설적인 록그룹을 그린 다른 음악영화에 비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법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부한 음악영화로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성적으로 소비되는 소녀들의 방황을 묘사한 부분을 떼어놓고 보자면, 지금의 아이돌 걸그룹을 소재로 음악영화를 만들어도 비슷해 보일 것이다. 단, 조안 제트와 체리 커리로 분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이 그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전작들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한 변신을 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발견이다. 특히 <우주전쟁> 이후 점점 잊혀져가던 다코타 패닝은 이제 아역배우 시절과는 또 다른 기대를 해볼 수 있을 듯싶다. 그녀는 크면 미워질 것이란 흔한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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