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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조명하며 사랑의 한계를 실험한다 <필립 모리스>
장영엽 2010-06-30

“나는 지금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필립 모리스>는 병색이 짙은 얼굴로 침상에 누워 있는 스티븐 러셀(짐 캐리)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그는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목숨을 내걸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중이다. 그 상대가 바로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다. 영화는 ‘사기꾼 왕’, ‘탈옥의 귀재’라 불렸던 실존 인물 스티븐 러셀과 그의 연인 필립 모리스의 삶을 조명하며 사랑의 한계를 실험한다. 러셀과 모리스는 감옥 도서관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다. 둘은 감옥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내지만, 곧 모리스가 다른 감옥으로 이송되며 이별한다. 러셀은 모리스와 함께 살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모리스의) 변호사를 자처하고, 의료보험회사의 재정이사로 위장해 80만달러라는 거금을 횡령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러셀이 사랑을 위해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를수록 모리스는 점점 멀어져만 간다.

<필립 모리스>가 한 실존 인물의 절절한 사랑을 주요 소재로 삼은 건 맞지만, 이 영화를 로맨스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보기엔 러셀의 자전적 이야기- 대담하고 현란한 사기행각, 불우한 유년 시절- 가 영화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으며,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말랑말랑한 범죄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짐 캐리 특유의 슬랩스틱코미디가 가미되면서 영화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정서를 가지게 되는데, 이 불균질한 매력이 <필립 모리스>의 장점이다. 투톱을 맡은 배우의 장악력도 상당하다. 특히 언급하고 싶은 쪽은 이완 맥그리거인데,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달착지근한 표정의 게이로 분한 그는 ‘허니’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발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는 데 소홀했다는 점은 아쉽다. 남-남 커플이 아니라 남-녀 커플이 주인공이었다면 안일하게 느껴졌을 장면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편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 있다. ‘레알’ 필립 모리스가 등장하는 법정신이다. 스티븐 러셀이 변호사로 위장해 모리스를 변호하는 장면에서 짐 캐리 옆에 앉아 있는 금발의 백인 남자가 바로 필립 모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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