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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마음대로 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슈렉 포에버>
장영엽 2010-06-30

“무엇이든 마음대로 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슈렉이 외친다. 1편에서 외톨이 괴물이었던 그는 어느덧 세 아이를 둔 어엿한 (하지만 진부한) 가장이 됐다. 그런데 이 외침은 <슈렉>의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속마음 같기도 하다. 2, 3편을 내놓는 동안 드림웍스는 동화와 디즈니적 고지식함을 비판하며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던 1편의 아성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했기 때문이다. <슈렉 포에버>에서 드림웍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시리즈의 창세기를 뒤엎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은 마법사 럼펠(월트 도른)의 계략에 속아 ‘새로운 하루를 받는 대신 과거의 하루를 포기하는’ 각서에 서명한다. 럼펠은 슈렉이 태어난 날을 취하고, 이에 따라 슈렉의 모든 과거는 사라진다. 피오나(카메론 디아즈)도, 동키(에디 머피)도,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하루를 살며 슈렉은 럼펠의 마법을 풀고자 고군분투한다.

일단 앞선 이야기를 모두 부정하며 시작하는 설정은 영리하다. 더이상 패러디(<슈렉2>)와 캐릭터(<슈렉3>)에 천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새로 쓴 이야기가 별로 참신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잃은 것을 돌아보며 가족과 친구와 연인의 소중함을 깨닫는 줄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슈렉>이 그렇게 피하려 애쓰던 디즈니식 결말이 아니던가. ‘비틀기’로 승부해 큰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종장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오락물로서의 <슈렉 포에버>는 꽤 매력적이다. 여전사 피오나, 과체중이 되어버린 고양이 등 주요 캐릭터의 변화와 3D 효과를 극대화한, 호박 폭탄을 든 마녀들의 빗자루 추격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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