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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두바이 vs 아부다비 vs 도하

오일머니로 공격적인 국제영화제 여는 아랍국가들… 경쟁 속 발전 이끌까

도하트라이베카영화제 홈페이지

이집트를 제외하면 아랍영화는 아직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페르시아 문화권인 이란영화가 이미 80년대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 그런데, 최근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 아랍 국가들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가 바로 그러한 국가들이다. 아랍에미리트에는 규모가 큰 두 국제영화제가 있다. 두바이국제영화제와 아부다비국제영화제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두 도시간의 라이벌 의식은 상당히 치열한데, 영화제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출발한 곳은 두바이. 2004년에 출범하여 올해로 7회째를 맞는다. 아부다비는 2007년에 출범하여 올해로 4회째다.

이 두 영화제는 라이벌 도시간의 영화제답게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두바이영화제는 두바이컬처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데, 두바이컬처의 의장은 마지드 알 막툼이다. 그는 현재 두바이의 지배자이며 총리인 모하메드 알 막툼의 아들이다. 아부다비영화제는 아부다비문화유산국이 주최하는 영화제로, 아부다비문화유산국의 셰이크 술탄 빈 타눈 알 나흐얀 위원장이 아부다비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영화제 모두 정치권의 실세들이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주요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바이영화제는 출범 초기 사이먼 필드 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세계 각국의 여러 영화제의 컨설턴트를 역임한 바 있는 한나 피셔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고, 필립 체 전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원원장, 일본의 프로듀서 히로미 아이하라 등을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 아부다비영화제는 샌프란시스코, 트라이베카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피터 스칼렛을 수석 집행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영화제의 목표 또한 비슷하다. 두 영화제 모두 공히 아랍영화의 진흥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두바이영화제는 두바이필름커넥션이라는 프로젝트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두바이필름커넥션은 주로 아랍영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마켓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레바논의 베이루트 DC와 손잡고 다큐멘터리 인큐베이팅펀드를 조성했다. 아부다비영화제 역시 이에 질세라 올해 새로운 펀드를 조성했다. ‘사나드’(Sanad)라는 이름의 이 펀드는 매년 아랍영화 제작지원에 5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두 영화제는 경쟁부문도 운영하고 있는데, 시상금 역시 산유국답게 만만치 않다. 두바이는 작품상에 5만달러, 심사위원상에 4만달러 등 장편극영화에만 총 13만8천달러를 시상하며, 다큐멘터리에 9만달러, 단편에 6만달러, 자국영화에 7만5천달러를 시상한다. 후발주자인 아부다비는 더 파격적이다. 장편극영화의 경우 작품상에 10만달러, 아랍영화 우수상에 10만달러, 남우·여우주연상에 각 2만5천달러씩 수여한다. 다큐멘터리 역시 작품상, 아랍 다큐멘터리 우수상에 각 10만달러씩 수여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신인 감독의 작품에도 파격적인 상금을 수여한다. 신인 감독의 작품 중 최우수 장편극영화에 10만달러, 최우수 아랍 장편극영화에 10만달러, 최우수 장편다큐멘터리에 10만달러, 최우수 아랍 장편다큐멘터리에도 10만달러를 수여한다. 단편 역시 최우수 단편극영화에 2만5천달러, 최우수 단편다큐멘터리에 2만5천달러 등 총 12만달러를 수여한다. 아부다비의 상금 총액수는 무려 97만달러에 달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이들 두 영화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영화제가 지난해 이웃 카타르에서 출범했다. 도하트라이베카영화제가 바로 그것.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트라이베카영화제의 도하 버전이다. 카타르의 카타르필름인스티튜트와 트라이베카영화제가 공동 주최하는 영화제로, 상당수의 트라이베카영화제 스탭이 이 영화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첫 영화제에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참가하는 등 이슈메이킹에 성공하였다. 그들은 두바이나 아부다비와 달리 미국영화계와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영화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하트라이베카영화제 역시 아랍영화 진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이 세 영화제의 미래는 아랍영화의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 아직 영화산업이 산업으로서의 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제서야 겨우 영화산업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재건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이들 세 영화제는 각각 10월14~23일(아부다비), 10월26~30일(도하), 12월12~19일(두바이) 등 개최 일정도 비슷하게 맞물려 있다. 향후 아랍영화의 발전과 함께 이들 세 영화제간의 치열한 경쟁도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