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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딕] 케네디 암살범이 음모론의 희생자라고?
김혜리 2010-08-24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을 닮은 <골든 슬럼버>에 대해 알아봅시다

Q1. 일본 소설을 재미나게 읽지만 몇몇 대가를 제외하고는 작가들 이름을 혼동하곤 합니다. 소설 <골든 슬럼버>의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파크라이프>를 썼던가요? 어떤 특징이 있는 소설가인가요? A. <파크라이프>는 요시다 슈이치가 썼고요. 이사카 고타로는 <러시 라이프>를 썼어요. 산초 미스터리 클럽상을 수상한 등단작 <오듀본의 기도>(2000)부터 최신작 <SOS 원숭이>까지 이사카 고타로 소설은 다수 국내에 번역됐습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와 <피쉬 스토리>는 앞서 영화화됐는데 두편 역시 <골든 슬럼버>의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연출했으니 둘은 꽤 뜻이 통하는 짝입니다. 청소년 시절부터 미스터리를 애독했다는 이 작가는 단선적 서사보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살린다거나 단편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장편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구성의 묘를 살린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애향심이 각별해서 거의 모든 작품의 배경이 고향이자 주거지인 규슈 센다이시죠. 심지어 1800년대가 배경일 때도 센다이번이 나올 지경이니까요. 이사카 고타로 소설의 반복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개인의 인권을 멋대로 침해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척하면서 결코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는 매스컴의 무지와 폭력성입니다. 더불어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대중도 풍자 대상이고요.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을 거의 그대로 따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골든 슬럼버>에도, 인권을 침해하고 시민을 사찰하는 권력과 거기에 힘없이 휘둘리는 개인과 매스컴이 등장합니다.

Q2. 케네디 암살이라면 올리버 스톤 감독,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JFK>부터 생각나는데요. <골든 슬럼버>와 어떤 점이 비슷한가요? A. <JFK>의 주인공인 짐 게리슨 검사가 쓴 <케네디 암살 사건의 진상>과 사후 연구는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된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당시 수사 결과는 구멍투성이고 오스왈드는 거대한 음모에 이용된 도구라는 설을 제기했습니다. 오스왈드는 이례적으로 녹음, 속기, 변호사 없이 12시간 동안 심문받았습니다. 그리고 댈러스 경찰이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잭 루비의 총에 죽어버렸죠. 이후 몇해 동안 가깝고 먼 사건 관련자들의 죽음이 이어졌고 의문사도 있었습니다. <골든 슬럼버>에서도 주인공은 일사천리 범인으로 지목되고 지인들은 협박을 받습니다. 이 밖에 퍼레이드 경로가 급히 변경된 점, 현장에서 간질 발작 환자가 생겨 구급차를 쓸 수 없었던 점, 케네디는 뒤로 쓰러졌는데 총탄이 뒤쪽 건물에서 발사됐다고 결론난 점 등이 의혹을 샀습니다. 15개월 동안 구소련에서 망명 생활을 해놓고도 귀국 뒤 방위산업체에 취직한 오스왈드의 전력도 수상했고요. 외교정책에 불만을 품은 미국 정보기관과 범죄 소탕 작전에 반발한 마피아 등이 손잡은 음모라는 주장이 자연 나왔습니다. 단 <JFK>가 실제 인물인 짐 게리슨 검사를 내세워 사건의 진상을 추리한 영화라면 <골든 슬럼버>는 누명을 쓴 도망자 편에서, 거대한 시스템과 맞서는 개인이 어디에서 용기와 의지를 얻는지에 집중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Q3. <골든 슬럼버>에서 주인공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닮은꼴 ‘가게무샤’까지 만드는 설정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럼, 케네디 암살 사건에도 가짜 오스왈드가 있었나요? A. 오스왈드는 암살 5개월 전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거리에서 나눠주다 쿠바인들과 충돌해 체포된 적이 있습니다. 게리슨 검사는 이것이 연출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또 사건이 터지기 두달 전에 오스왈드가 멕시코의 소련과 쿠바 대사관쪽과 접촉하고 방문했다는 증거가 제출됐는데 CCTV 영상 속 남자는 오스왈드와 전혀 닮은 데가 없었습니다. 한편 오스왈드가 총과 팸플릿을 들고 결의를 다지는 포즈로 찍은 유명한 사진을 놓고 일부 전문가는 오스왈드의 머리가 다른 남자의 몸에 합성된 이미지라는 분석을 내놓아 의혹에 불을 붙였습니다. “모든 건 이미지다.” <골든 슬럼버>의 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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