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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풍의 블록버스터 <라스트에어벤더>
김혜리 2010-08-25

CG 특수효과를 최대한 절제하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위협에 집중하는 스릴러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규정해온 관객에게 그의 아홉 번째 장편 <라스트 에어벤더>는 반전(反轉)이다. 그러나 샤말란 영화를 초자연과 운명론, 교훈에 매혹된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라스트 에어벤더>는 샤말란풍(風)을 벗어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라스트 에어벤더>도 일종의 육감(<식스 센스>), 무적의 전사(<언브레이커블>), 계시(<싸인>), 마을(<빌리지>), 물속의 여인(<레이디 인 더 워터>) 그리고 기이한 현상(<해프닝>)을 보여준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미국 <니켈로디온>의 인기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각색한 판타지 프랜차이즈의 첫장이다. 약간의 전사(前史)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극중 세계는 바람의 유목민, 물의 부족, 흙의 왕국, 불의 제국으로 나뉘고 각국에는 바람, 물, 흙, 불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벤더(bender)가 있다. 4원소를 모두 다스리고 영혼과도 교류하는 유일자 아바타의 중재로 인해 네 나라는 균형과 화음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평화는 100년 전 아바타가 실종되고 호전적인 불의 제국이 발호함으로써 깨졌다. 물의 나라에 사는 오누이 카타라(니콜라 펠츠)와 소카(잭슨 라스본)는 자신들이 얼음덩어리 속에서 발견한 소년 아앙(노아 링어)이 멸족당한 에어벤더일 뿐 아니라 아바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개인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아바타의 소명으로부터 도망쳤다가 황폐해진 세상으로 돌아온 아앙은 아직 4원소에 통달하지 못한 미완의 메시아. 그는 워터벤딩부터 터득하기 위해 물의 나라로 향한다. 불의 제국에서 냉혹한 부왕에게 내쳐진 유약한 왕자 주코(데브 파텔)와 권력을 노리는 장군 자오(아시프 맨드비)가 일행을 추격한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동양풍의 블록버스터라는 점이 도드라진다. 고대 히타이트족을 연상시키는 불의 제국은 자연을 파괴하고 복속시키는 기계 문명과 서구 제국주의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대항하는 아바타와 세 나라의 백성들은 불교적 철학과 자연친화적 생활방식을 지킨다. 끝없이 환생하는 아바타를 전생의 기억에 의거해 찾아내는 방식은 달라이 라마를 옹립할 때의 절차와 같다. 화염과 폭풍을 부르는 초능력은 이미 <엑스맨>도 선보인 바가 있는데 <라스트 에어벤더>의 벤딩은 이미 존재하는 에너지의 방향을 조작할 뿐 불씨나 수원(水原)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또한 동양무술 팔괘장, 태극권, 북부 소림 쿵후, 홍권을 무술안무에 직접 반영했다. 액션을 촬영하는 카메라 역시 커다란 원을 그리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초등학교 4학년 미만의 관객이라면 <라스트 에어벤더>를 그럭저럭 즐길 법도 하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처럼 보이는 들소 캐릭터와 아앙이 연을 펴고 비행하는 장면도 눈이 즐겁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라스트 에어벤더>는 못 만든 영화의 전형이다. 이미 관객이 눈으로 보고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는 불필요한 대사- “완전히 지친 것 같아!” “안에 뭔가 있어!” 등- 가 난무한다. 몇몇 신들은 ‘지난 이야기’를 읊기 위한 ‘연단’으로써 구상된 듯하다. 왕자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 무관한 행인1을 불러세워 “아무개에 대해 아는 바를 말해보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최악이다. 죽여도 환생하는 아바타를 잡아 어떻게 처분하려 하는지 명시되지 않는 점도 긴장을 반감시킨다. 많은 신이 맥풀리게 매듭지어지고 액션의 절정과 서사의 클라이맥스는 합이 어긋난다. 치열한 전투가 결국 안개가 내리면서 끝나는 식이다. 샤말란의 연출은 본인이 고안한 매우 특정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 때는 비효율성을 감추지 못한다. 캐릭터들은 기능은 있지만 성격이 없고, 주어진 어리석은 대사에 한줌의 기(氣)를 불어넣을 관록도 없다. 아앙 역의 노아 링어는 영특하고 재주있어 보이나 아바타로서의 신기(神氣)나 기품은 없다.

그래도 <라스트 에어벤더>의 결말은 속편을 못박는다. 아니, 이 정도면 예고편이라고 부르는 게 온당하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연작을 우러르게 하고 <나니아 연대기>를 다시 보게 만든다. 샤말란의 새로운 도전은 <에라곤>과 같은 클럽의 멤버로 남을 공산이 크다.(<라스트 에어벤더> 언론시사회는 2D로 진행됐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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