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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감독님도 리메이크한 거였군요
김도훈 사진 오계옥 2010-09-22

<무적자>의 원작 영화 <영웅본색>의 오우삼 감독

<영웅본색>을 송해성 감독이 리메이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세상의 모든 팬들이 탄식했으리라. 오우삼의 팬이라면 추억의 클래식을 훼손하지 말라고 탄식했을 테고, 송해성 감독의 팬이라면 잘해봐야 본전인 도박에 뛰어들지 말라고 탄식했을 테다. 그래서 결과는? 9월8일과 9일 <무적자>의 VIP 시사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오우삼 감독을 만났다. 그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어제 시사를 본 걸로 알고 있다. 만족스러웠나. =<영웅본색>으로부터 영감을 얻긴 했으나 송해성 감독만의 스타일로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옛 영화가 사나이들의 우정을 중심으로 했다면 무적자는 형제의 정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탈북 이후 다른 삶을 살아가는 형제를 통해 현대 한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한국 관객이라면 영화 속 형제들이 어우러지는 걸 보면서 ‘남과 북은 떨어져 있지만 결국 형제’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중국 고어중에 ‘우리 모두 뿌리가 같으니 결국 한가족’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요즘 한국영화계에서는 남북문제를 장르 속으로 끌어오는 게 일종의 경향이다. 그런데 다른 아시아 국가의 관객도 그 메시지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요즘 아시아인은 한국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만약 남북한문제를 전혀 모르는 관객이라고 할지라도 영화 속 형제의 감정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거다. 나야 다른 외국인보다 한국에 훨씬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웃음)

-<영웅본색> 자체가 60년대 히트작 <불료정>(不了情)의 리메이크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고 낯선 영화인데, 어떤 방식으로 리메이크했었는지 궁금하다. =<불료정>과 <영웅본색>의 차이점은 주윤발이다. <불료정>은 흑사회에 들어간 형과 그를 용서하지 못하는 동생의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였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맡은 캐릭터가, <불료정>에서는 두 형제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직장인 여성이었다. 원작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시나리오가 내 손에 들어왔다. 원작과 지나치게 비슷한 게 재미없어서 직접 각색을 하던 차에 여성 캐릭터를 남자로 바꾸었고, 그러면서 형제의 정을 넘어서서 남자들의 우정을 포괄한 영화가 된 것이다. 또한 그 당시 홍콩에 살면서 내가 느꼈던 사회적 위축감 등을 주윤발 캐릭터에 모두 쏟아냈다. <영웅본색>의 주윤발은 나를 담은 캐릭터다. (웃음)

-자신의 오랜 대표작을 누군가가 리메이크하겠다고 나서는 게, 선뜻 반가운 일은 아닐 수도 있잖나. 송해성 감독에게 어떤 믿음을 갖고 있었나. =나는 리메이크를 잘 허락하는 편이다. 나 역시 남의 영화를 잘 리메이크하는 편이니까. (웃음) <영웅본색> 리메이크 판권은 홍콩의 스타TV가 갖고 있었는데, 홍콩과 다른 외국 감독들의 리메이크 문의를 모조리 거절해왔었다.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끼고 보호하려는 생각이었을 거다. (웃음) 그런데 스타TV가 송해성 감독이 제시한 리메이크의 방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나에게도 보여줬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져가려는 감정이 <영웅본색>과 닮아 있었다. 좋은 영화는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에는 나만의 심지가 있고 <무적자>에는 송해성 감독만의 심지가 있지만 영화가 가진 정신은 똑같고, 맥락은 비슷하지만 감정은 다르다. 게다가 <무적자>를 보면서 한국인과 한국의 정서를 더 배울 수 있었다.

-한국인의 정서를 더 배웠다면, 한국 사나이들의 의리와 홍콩 사나이들의 의리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과 홍콩 남자들에게는 무협세계에 사는 사나이 같은 느낌이 있다. 마치 강호의 세계에 사는 것처럼, 환란 속에서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의리 말이다. 한국은 조금 더 가족적이라는 느낌이다. 의리와 우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친구를 내 형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연히 겉으로 표현되는 방법도 다른 편이고.

-얼마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무협영화 <검우강호>에 제작자로 참여했다. 곧 한국에서도 개봉할 텐데 많은 중화권 무협영화와 조금 다른, 오우삼적인 특징이 있는가. =감독인 수자핑이 시나리오를 가져왔는데 기존 무협과 아주 달라서 재미있더라. 여성의 관점으로 흘러가는, 기본적으로는 러브 스토리다. 사람을 많이 죽여온 여자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다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는 이야기로, 기존 무협영화들이 액션과 비주얼에 치중한다면 이건 사랑에 더 큰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게다가 양자경과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만남 자체가 아주 신선한 조합 아닌가.

-<1949>이 차기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다. 지금 준비 중인 차기작은 <비호대>라는 영화다. 제2차대전 당시 미군이 일본군의 중국 폭격에 대항하기 위해 퇴역 비행사들을 꾸려서 만든 공군부대에 대한 이야기다. 내년에 촬영에 들어가서 내후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혹시 이건 할리우드로의 복귀인가. =할리우드 배우들도 출연하는 합작영화다. 내 경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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