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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then] 줄리아 로버츠

Julie Roberts

처음에는 캐릭터 때문에 그렇게 웃음을 연출해 보이는 거라고 착각했다. 유능하고 멋진 백만장자(리처드 기어)를 앞에 두고 얼마나 크게 깔깔 웃는지 귀청이 떨어져나갈 것 같았지만 영화 속 그도 보는 우리도 매료됐다. 처음에는 웃는 입이 크다고만 생각했는데 자꾸 보니 그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고 예뻤다. 그녀를 무시한 명품숍의 직원들이 마침내 그녀 앞에서 머리 조아리는 상황이 왔을 때 이상하게 같이 통쾌했다. 그렇게 <귀여운 여인>으로 일약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라 할리우드 신데렐라가 됐다. 그러고 난 뒤 배우로서의 전환점이 된 작품으로 그녀 자신은 의외로 <펠리칸 브리프>를 꼽았는데, 우린 <노팅힐>에서의 그녀를 더 못 잊겠다. 혹은 그녀는 그저 그런 미모의 여배우로 잊혀져가는 대신 현명하게 자기의 자리를 찾는 연기파 배우의 상징이 됐다. <에린 브로코비치>로 연기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그에 어울리는 오스카 여우주연상도 껴안았다. 그 뒤로는 무언가 예쁘기보다 인상 깊은 역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찾아서 했다. 최근작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예쁜 척을 한번도 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이젠 삶도 좀 안다고 은근히 과시한다. 이 영화의 기자간담회에서 누군가 예의를 갖춰 당신은 한국에서 여전히 ‘귀여운 여인’으로 통한다고 말해주자, 고맙긴 한데 마흔을 넘긴 쌍둥이 엄마가 그런 칭찬을 듣는 건 민망하다는 투로 그녀는 또 깔깔 웃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에 철없이 귀여운 여인일 때 알게 됐는데 지금은 어딘가 깊고 현명한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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