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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이 러시아 애니가 눈에 띄네

<체브라시카> 일본 리메이크작 개봉 앞두고 점쳐보는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판도 변화

<체브라시카>

디즈니 혹은 재패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반면, 여타 지역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다. 하지만 디즈니나 재패니메이션 캐릭터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도 많다. 러시아의 ‘체브라시카’가 대표적이다. 1966년에 러시아 작가 에두아르드 우스펜스키가 탄생시킨 곰(과 유사한) 캐릭터 ‘체브라시카’는 1969년부터 단편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고, 유럽과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러시아에서는 범국민적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2004년부터는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 마스코트로 사용되고 있다. <체브라시카>에는 노래하는 철학자 악어 제나, 이들을 괴롭히는 고약하지만 귀여운 할머니 샤포클리악이 등장한다. 이들 조연급 캐릭터의 인기도 체브라시카 못지않아 별도의 시리즈가 발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에 <Cheburashka Friendship-체브라시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발간됐으며, 어린이 연극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체브라시카’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러시아 애니메이션사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 1969년부터 1983년까지 러시아에서 4편의 <체브라시카> 단편이 만들어졌는데, 로만 카차노프, 유리 놀시타인 등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함께 작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해외 판권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는 바람에 ‘체브라시카’는 더이상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1994년 원작자 우스펜스키가 세계 각국에 캐릭터 사용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영화의 아트디렉터 레오니드 쉬바르츠만과 분쟁에 휘말렸고, 이 분쟁은 장장 13년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 2004년에는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명가 파일럿 스튜디오에서 체브라시카의 극장판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예산문제로 좌초했다. 2006년 <TV도쿄>가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이자 TV시리즈와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후 4년여의 준비와 제작과정을 거쳐 올해 드디어 새로운 장편 인형애니메이션 <체브라시카>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중 하나인 프론티어 웍스가 제작하고 감독은 오랫동안 TV애니메이션을 연출한 마코토 나카무라가 맡았으며 12월18일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2010년 극장판 <체브라시카>는 모두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오렌지 상자에 실려 러시아로 건너온 체브라시카가 악어 제나를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 두 번째는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소녀 마샤를 체브라시카와 제나가 도우며,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체브라시카와 제나가 손녀를 찾는 노인 마술사를 돕는다.

<체브라시카>의 매력은 무엇보다 ‘체브라시카’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모습, 게나의 엉뚱한 행동과 사고방식, 심술궂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샤포클리악 등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에 있다. 또 늘 사랑과 우정이라는 훈훈한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새 극장판 <체브라시카>의 공개는 러시아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 리메이크했다는 점과 더불어 미국, 일본 중심의 애니메이션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바야흐로 세계 애니메이션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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