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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 <22블렛>

영화는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인의 주름진 얼굴로 시작한다. 그녀의 곁에는 자신의 주름진 뺨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어루만지는 손자와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늙은 아들이 있다. 이들 부자는 여인이 만들어준 음식을 받아 길을 나선다. 그리고 영화는 해변에서 연을 날리며 노는 아들과 그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내, 이 모습을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그리고 함박웃음 짓는 딸과 포옹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끝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슬로모션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은퇴한 마피아의 대부인 찰리(장 르노)이다. 이 두 장면 사이, 22발의 총탄을 맞은 찰리가 기적적으로 살아나고 찰리에게 총을 겨눈 수많은 갱스터가 죽음을 맞이한다.

<22블렛>은 액션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가족영화에 가깝다. <레옹>의 장 르노도 이십년의 세월을 극복하기엔 벅차 보인다. 그럴듯한 총격전이나 추격, 액션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우수와 고독에 가득 찬 프랑스식 누아르도, 배신과 음모와 조직이 강조되는 갱스터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대사와 설정들로 가득하다. 찰리를 뒤쫓는 여경찰은 남편을 잃고 힘들어하며, 아들을 구하면 자수하겠다는 찰리를 돕는다. 찰리는 자신을 배신했지만 가족을 버리고 죽을 수 없다는 친구를 살려준다. 찰리를 배신한 다른 조직의 보스만이 ‘도덕성 운운 말고 악은 악일 뿐’이라며 장르적 관습을 이어나가려 하지만, 찰리가 기억하는 ‘피는 피를 부를 뿐이고 절대 마르지 않는다’는 조직의 원칙은 점차 희석되며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은퇴한 마피아 대부의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가족이라는 주제에 짓눌려 캐릭터는 힘을 잃고, 장르적 관습의 재미마저 놓친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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