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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한 브래지어라도...
2001-12-26

비디오카페

며칠 전 한 영업사원이 A4 용지에 빽빽이 적힌 리스트를 들고 우리 대여점에 있는 영화를 체크하러 왔다. 그 리스트는 <주간실화> <마가씨3> <쏠려2> <처녀의 달밤> <엽기적인 꽃뱀들> <호빠의 출장섹스> 등 67편에 이른다. 사연인즉슨, 기존에 배포된 에로영화들의 재킷을 지금에서야 바꾸어야 한다는 거다. 비디오 재킷은 사전이 아닌 사후 심의이기 때문에 이미 판매 및 대여가 끝난 지금일지라도 법대로(?) 하기 위해 새로운 재킷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바뀐 재킷의 그림은 예전에 비해 별다를 바 없지만,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미세한 부분들이 바뀌어져 있다. 예를 들면, 가슴을 정면으로 드러냈던 과거와 달리 새로 바뀐 재킷들은 조악한 수준의 브래지어가 착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트리플, 쉽게 말하면 세명씩 엉켜 있던 나신의 사진들이 단 두명만으로 줄어 있다. 이런 행위가 가능할까 싶었던 갖가지 변태적 자세들이 조금이라도 건전한 포즈로 교정되어 있다. 에로영화를 아예 안 보거나 설사 보더라도 주의깊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야 이런 변화가 눈에 띌 리 없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이건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수고를 들이는 만큼의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고, 이미 개선하기엔 상황 종료되어 너무나도 시기가 늦었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아예 심의를 없앤다든가 꼭 사전 심의를 하자는 등의 주장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제에 관한 법과 제도가 이런 식의 코미디로 희화화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