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단순하고 순수하고 구수한 맛이 베어있는 영화 <된장>
이주현 2010-10-20

<된장>이라는 제목이 트릭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간장, 고추장, 된장의 그 된장을 제목으로 뽑는 건 아무래도 촌스러우니까. 그런데 <된장>은 정말로 ‘된장 스토리’다. 100% 염화나트륨의 완전무결하게 순수한 소금, 매화꽃 향기가 밴 흙으로 빚은 장독, 무더운 여름에도 차디차다는 옻샘물로 된장을 만드는 과정이 <된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된장>과 <식객> 시리즈가 닮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된장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끝내주게 맛있는 된장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도 고개를 내민다.

살인마 김종구는 사형 직전에 묘한 한마디를 남긴다.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방송국 PD인 최유진(류승룡)은 그 말의 의미를 쫓아가보기로 한다. 경찰을 농락하며 탈옥했던 김종구는 된장찌개를 먹다가 5년 만에 붙잡힌다. 무장한 경찰들이 코앞에 있었는데도 무엇에 홀린 듯 된장찌개만 먹고 있었다. 최유진은 김종구를 홀린 된장을, 그 된장찌개를 만들었다는 장혜진(이요원)이라는 여자를 찾으려고 방방곡곡 수소문한다. 그러나 장혜진을 찾지 못한다. 대신 장혜진의 과거사가 드러난다. 장혜진과 얽혀 있는 두 남자, 박 회장(조성하)과 김현수(이동욱)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된장>은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자극적이고 센 영화들과 많이 다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매끈한 플롯과 인상적인 캐릭터를 <된장>에서 기대해선 안된다. 중반 이후 혜진과 현수의 사랑 이야기가 부각될 때는 무른 과일을 베어 먹는 것처럼 물컹하고 싱거운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된장>에는 단순하고 순수하고 구수한 맛이 배어 있다. 장진 감독이 기획하고 이서군 감독이 <러브 러브> 이후 12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