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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엘리트 지원자들에게 제시된 두뇌 게임 <이그잼>
김용언 2010-11-10

 8명의 입사 지원자들이 유명 제약회사 입사시험장에 들어선다. 시험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선언한다. 단 80분 동안, 질문도 하나, 답도 하나다. 응시자들은 곧바로 문제지를 확인하지만 놀랍게도 거기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초조해진 응시자들은 시험 규칙을 하나씩 어기며 실격당한다.

영국에서 날아온 독립영화 <이그잼>은 꽤 실감나는 유리한 포인트를 선취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가장 공포스런 순간 중 하나인 취업 면접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코스타 가브라스의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취업 스릴러다. <큐브> <쏘우> 등을 잇는 밀실 스릴러의 계보 속에서도 상당히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인다. 썰고 자르고 죽어나가는 스플래셔 호러 대신, 최고의 엘리트 지원자들에게 제시된 두뇌 게임이 주된 숙제다. 각종 과학과 심리학적 상식을 동원하여 하나하나 과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시험지에 쓰인 질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상당히 허무해지지만, 중반까지 주인공들이 방 안의 모든 것을 이용해나가는 추리력의 전개는 상당히 흥미롭다. 스릴러라기보다는 잘 짜인 추리소설 소품을 보는 듯한 기분. 하지만 회사의 비밀이 막바지에 밝혀지는 순간, 느닷없는 휴머니즘의 설파는 지금껏 공들여 쌓아올린 톤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엘리트 지원자들의 인간성의 바닥까지 드러나게 만든 이 잔혹한 취업 시험의 풍경과 회사의 선한 가면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혹시, 그마저도 바깥에선 신자유주의의 칼날을 맘껏 휘두르지만 홍보 영상 속에선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든다’며 평화롭게 웃는 대기업의 얼굴을 풍자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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