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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한국예술원] 제작부터 배급까지 한방에!
사진 백종헌 2010-11-29

KAI 한국예술원 영화과

이름이 낯설어서 신설된 학교인 줄 알았다. ‘KAI 한국예술원 영화과’(이하 KAI 영화과)는 지난해 소개(732호 별책부록, 2010 전국영화영상학과 입시가이드)된 ‘한국영화교육원’이 올해 7월부터 변경한 새로운 교명이다. 이름뿐만 아니라 학과 편성도 바뀌었다. 2011년 입시부터 KAI 한국예술원 내에 연기뮤지컬과가 신설됨에 따라 영화과가 분리된 것이다. 학교 규모가 커짐에 따라 캠퍼스도 이전했다. 기존의 명동 캠퍼스에서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충무로 캠퍼스로의 확장 이전은 15년 전통의 ‘KAI’가 내세우는 변화의 의지가 제법 뚜렷하게 반영된 결과다.

교명 변경에서 캠퍼스 이전까지 변화의 바람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KAI 영화과의 전신은 1996년에 설립된 네오필름아카데미. 지난 15년 동안 묵묵히 충무로의 인재 양성에 힘써오던 KAI 영화과가 최근 들어 이토록 급격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KAI 영화과를 찾아간 11월23일은 한 학기 커리큘럼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2, 3학년은 졸업과제 준비로 바빠 보였고, 8층에 위치한 강의실에서는 1학년 과정인 영화연출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강의를 맡고 있는 정승구 교수는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를 보며 토론하기에 앞서 간단한 영화연출 용어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시점이 뭐냐, 시점이라 하면 기억나는 게 뭐냐”고 묻자 한 학생이 “내가 알고 있는 무엇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정승구 교수의 표정이 신통치 않자 또 다른 대답이 들려온다. “1인칭, 3인칭, 전지적, 관찰자적 시점이 있다”고 한 학생이 말하자 여기저기서 그거였나 하는 뜻의 고개를 끄덕인다. 정승구 교수는 몇몇 소설을 예로 들며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시점을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영화에서의 시점 또한 누구의 이야기인지, 관객을 얼마나 영화로 끌어들일지 등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서사적 시점과 시각적 시점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정리를 학생들이 자연스레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다른 영상 관련학과와 비교해봤을 때도 커리큘럼상에서 1학년 교과과정에서부터 연출수업이 짜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바로 KAI 영화과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이성래 교학과장은 “기본적으로 영화를 많이 찍을 수 있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고 교과과정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입학하면 바로 다음달부터 카메라 쥐어주고 뭐든 찍어오라고 시킨다. 다양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많이 하게끔 유도하는 게 우리만의 교육방식"이라고 덧붙인다. 다소 강도 높은 교육방식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나가야 하는 KAI 영화과의 특성상 불가피해 보인다. 타 대학과 달리 캠퍼스가 갖춰져 있지 않아 영화 이외에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은 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가 배우고 싶었던 걸 집중적으로 배우니까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장재진 실장은 설명한다.

실기 위주의 커리, 능력에 따라 제작비 지원도

실기제작 중심의 교육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학생들은 학기마다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능력에 따라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쟁 워크숍은 타이트한 교육방식 못지않게 지원도 아끼지 않는 KAI 영화과의 또 다른 특징이다. “모든 학생들이 워크숍 촬영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출하면 그중 심사를 거쳐 제작비를 지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경쟁도 치열할뿐더러 실질적인 제작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게 장재진 실장의 설명이다. 제작비 지원은 팀당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500만원까지 지원한다. “1학년 때는 일부러 제작비를 많이 들여 찍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때는 40만~50만원 정도 선에서 지원을 해주는데 이렇게 워크숍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데는 우리 학교뿐”이라고 장재진 실장은 강조한다.

학교에서 만든 단편영화, 일반 극장에서 본다

KAI 영화과가 마련한 실질적인 제작 지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현재 송정우 감독, 황수정 주연의 <여의도> 배급을 맡고 있는 배급사 ‘어뮤즈’와 학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를 배급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장재진 실장은 “학교 안에 배급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건 대중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어뮤즈’는 지난해 12월부터 ‘코리아 아츠’라는 제작사도 설립해 배급은 물론 제작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거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구체적인 리액션”이라고 강조하는 장재진 실장은 “이 모든 게 결국 우리 학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며 학생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앞서 강조했던 실기제작 중심의 교육방식은 올해 이전한 충무로 캠퍼스 내에 갖춰진 최신 스튜디오 시스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레드원 카메라를 비롯해 HD 영상을 출력할 수 있는 HD 데크는 KAI 영화과의 기자재 보유 수준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단편영화를 HD 화질의 영상으로 출력할 수 있다. 이를 비롯해 지하 1층, 지상 10층에 이르는 캠퍼스에는 각종 스튜디오와 시사실, 자료실 등이 빼곡하고 정갈하게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도 90년대 네오필름아카데미 시절부터 꾸준하게 축적해온 각종 희귀 영상자료들은 시네필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귀중한 자료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장재진 실장은 괴짜들이 모여 최선의 기량을 뽐내던 유명 만화 속 고등학교에 KAI 영화과를 비유한다. “우리는 엘리트를 선발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합당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KAI가 나아갈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유수의 다양한 도시 속의 예술학교를 지향하지만 최고의 학교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성실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가 되고자 하는 것이 KAI 영화과가 최근 들어 이토록 급격하게 변화를 꾀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됐다면 KAI 영화과의 입시원서를 작성하자.

열정만큼 중요한 건 또 있다

김종현 전임교수 인터뷰

-학점은행제를 도입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학위를 받기 위한 형식적인 학업보다는 전문적인 영화인이 되기 위한 학생들이 오길 바란다. 최근 수시모집 응시에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지닌 고3 학생들보다 일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비중이 컸다. 7 대 3 정도의 비율로 졸업생이 많았을 거다. 이런 학생들은 본인이 원해서 지원을 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단순히 학위 취득에 목적이 있다면 이 학교에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KAI 영화과에 와서 가장 만족하는 점을 꼽는다면. =길게 말할 필요없이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좋은 시설과 장비가 갖춰진 환경, 그리고 현장 중심의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 이것이 학생들에서 우리 학교를 선택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전형기준이 궁금하다. 어떤 학생들을 선발하는가. =일단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면접에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창조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본다. 물론 기본적으로 글쓰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있는지를 본다. 이러한 점들이 면담이나 실기시험에서 드러나게 된다.

-학생들을 교육할 때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가르치는가. =영화를 대할 때 그저 기능인이 아니라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세상을 넓게 보게 해주는 영화라는 것, 결국 시선의 창이기 때문에 그걸 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인내심을 키워야 하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열정만 지닌 친구들은 고생하기도 한다. 영화라는 게 열정만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본인의 노력과 부지런함, 그리고 인문학이나 철학도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KAI 영화과가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성적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이곳에 왔을 때, 다른 대학과의 경쟁이 아니라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아서 영화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오길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가 최고의 학교는 아닐지 몰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학교로 불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입시가이드 KAI 영화과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있으면 누구나 수능 여부에 관계없이 지원이 가능하다. 정시모집에서는 학사과정인 영화학 전공(6학기)과 전문학사 과정인 영화제작 전공(4학기)으로 나누어 총 20명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으로는 1차 서류전형 10%, 2차 지정실기 시험 40%, 심층면접 50% 비중으로 반영된다. 서류전형에서는 입학원서 5%와 가산점 5%가 주어지고 지정실기는 단편영화 감상문과 주어진 주제로 시놉시스 작성 과제가 주어진다. 심층면접은 면접관과의 개별 질의, 응답으로 이뤄진다. 원서 접수는 KAI 홈페이지(http://www.ekai.co.kr/)에서 온라인 접수 또는 우편, 방문 접수가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글 김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