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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홍대 여신의 ‘리얼’한 첫 영화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0-12-01

<춤추는 동물원>에 출연한 싱어송라이터 한희정

지난 10월 첫 밴드 앨범 <<잔혹한 여행>>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은 난생처음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첫 연기에 도전한 <춤추는 동물원>(감독 김효정, 박성용) 촬영 도중이었다. 그에게 영화는 “원하는 시간에 곡을 만들고, 녹음하고, 공연을 하는 것”과 육체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그럼에도 그는 “감정을 잡고 연기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다”고 한다. 홍대에서 활동하는 두 뮤지션, 희정(한희정)과 준수(몬구)의 만남, 사랑, 그리고 이별을 그린 이야기가 자신의 사연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그만큼 인물에 대해 잘 알았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연기한 희정과 다소 생소했던 영화작업을 진심으로 즐겼”다. 12월25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세이브 더 에어그린 콘서트>를 준비하랴, <춤추는 동물원>의 개봉을 기다리랴, 바쁜 한희정을 만났다.

-영화는 봤나.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떻던가. =이전 편집 버전을 한번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 같았다. 나도 모르는 나의 사소한 버릇들이 영화에서 드러나더라. 배우가 아니라 민망하기도 했고. 촬영할 때 재미있게 찍어서인지 (연기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실제 내 이야기에 관해 감독님과 대화를 하고 함께 만드는 과정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대중에게 보여지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실 내 모습이 그렇게 많이 묻어나올지 몰랐다. 촬영 전, 감독님 두분과 몬구씨와 함께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재미있어하고 안타까워하는 등 정말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그렇게 나온 시나리오를 보니 나랑 너무 닮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아, 심적으로 힘들었던 일화가 하나 있다. 현장에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려고 했다. 그런데 ‘희정씨 모습을 좀더 드러내달라’는 감독님의 주문에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끈을 놓아버렸다. 아무래도 내 이야기니까 감정 절제가 더 안되더라. 힘들어하는 나를 보던 감독님은 어쩔 줄 몰라 하시고, 스탭들은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고. ‘너무 슬퍼서 죽겠다’, ‘너무 외롭다’하다가 ‘그럼 어떻게 해’, ‘촬영은 해야지’해서 겨우 찍은 기억이 난다.

-어떤 장면인가. =준수와 다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기 고양이를 만나는 장면이다. 화가 난 준수가 내게 막 쏟아붓는다. “너는 원래 그런 애야”라고.

-영화가 뮤지컬 같더라. ‘뽀뽀하고 싶어. 난 행복해’에서 시작한 가사는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를 거쳐 ‘Say Bye’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맞는 노래가 흘러나오더라. =촬영 전 한달 동안 영화에 들어갈 곡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를 옆에 두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다. (웃음) <드라마> <산책>은 원래 있던 곡이고, <복숭아라도 사 갈까> <멜로디로 남아>는 새로 만들었다. 또 <코스모스> <어디라도 좋아>는 몬구씨와 함께 썼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겠다. 첫 촬영이 기억나나. =첫 촬영을 홍대에서 했다. 10월이었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음악학원에서 학생 서너명에게 노래 부르는 걸 가르치는 장면이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오 별거 아니네’했다. (웃음) 감정신이 아니니까…. 갈수록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감이 잡히더라. 영화도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더라. 특히, 현장에서 몬구씨와 깔깔거리다가도 슛 들어가면 눈물을 뚝뚝 흘러야 할 때 속으로 ‘연기는 미쳐야 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점에서 배우들이 참 대단하다.

-연기를 한 경험이 앞으로 음악 작업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이야기가 사실적이다보니 일상에서 겪었고, 겪고 있는 어떤 감정들을 반성 혹은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연기 제의가 또 들어온다면 도전할 생각이 있나. =사실 <춤추는 동물원>을 찍고 난 뒤 한두편 정도 시나리오가 더 들어왔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누구나 그 사람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가지잖나. 그런 시나리오, 인물이라면 하고 싶다. 그건 정말 인연이니까.

-얼마 전, 트위터에서 가수 장필순의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장필순 선배님을 롤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사람 마음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듣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느낌이,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장필순 선배님의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는 삶의 어떤 것을 부여잡고 싶은 절박함, 삶에의 강한 의지를 항상 절제해서 표현한다. 물론 폭발적인 가창력도 있지만 기본적인 그의 정서는 감정과잉이 아니다. 다음날 내 단독공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님의 공연을 찾았다. 공연에서 <제비꽃>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가 연달아 나왔는데, <제비꽃> 시작할 때 눈물이 나오더라. 울면서 계속 따라 불렀다.

-노래방 애창곡이 궁금하다. =으하하. 노래방에 잘 안 가는데…. 예전에 친구들과 가면 스틸하트의 <She’s Gone>처럼 내지르는 노래들을 주로 불렀다. (웃음) 내 노래는 안 그렇잖나. 트로트는 잘 못 부르고, 소녀시대와 같은 아이돌 노래도 종종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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