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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갇힌 채 한없이 열린 영화 <베리드>
김도훈 2010-12-08

폐쇄된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밀실 장편영화는 많은 장르 감독들의 꿈이다. 실제로 꽤 좋은 장르영화들이 밀실 컨셉을 훌륭하게 밀어붙이며 완성됐다. 빈센조 나탈리의 <큐브>가 좋은 사례다. 다만 1시간30분 이상을 관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채우는 건 조금 무리다. 프랭크 다라본트의 <생매장>이나 웨스 크레이븐의 <악령의 관>이 생매장의 공포를 장르적 장치로 잠시 이용한 적이 있는 정도다. 물론 <킬 빌2>의 생매장 시퀀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베리드>는 굉장한 야심을 가진 영화다. 주인공은 한명, 카메라는 결코 관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제약으로 1시간30분짜리 장편영화가 가능할까. <베리드>는 그게 가능한 건 물론이고 기막히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걸 증명한다.

<베리드>에서 생매장당하는 건 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스)다. 인질범들에게 묻힌 콘로이는 라이터와 칼, 휴대폰을 이용해 산소가 떨어지기 전까지 목숨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911 Is A Joke>라 노래한 퍼블릭 에너미의 가사처럼 9·11도, 국방부도, 회사도, 친구도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으른 할리우드 감독이었다면 구출대의 활약을 집어넣고 폴이 묻히기 직전의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주절거렸겠지만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은 깔끔하게 관 속에서 모든 걸 해낸다. 그래서 이게 그저 폐소공포증에 관한 탐구영화냐고? 라이언 레이놀스는 전원이 떨어져가는 휴대폰으로 어영부영대는 관료주의자들과 블랙코미디를 주고받고, 구출대원, 아내와의 통화를 통해 뜨거운 신파를 만들어내고, 갑자기 나타난 뱀과는 근사한 호러 시퀀스를 창조한다. <베리드>는 완벽하게 갇힌 채 한없이 열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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