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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키 저베이스와 스티븐 머천트의 청춘예찬

<세머테리 정션> Cemetery Junction (2010)

감독 리키 저베이스 & 스티븐 머천트 상영시간 95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영어 / 자막 한글 /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때는 엘튼 존이 신붓감(어머!)을 찾던 1973년, 영국 레딩 교외의 마을이 <세머테리 정션>의 배경이다. ‘세머테리 정션’에서 나고 자란 프레디, 브루스, 스노크는 20대 초반의 청춘기를 보내고 있다. 성년을 지났으나 아직 어른이 될 준비를 마치지 않은 세 사람에게 변화의 바람이 분다. 프레디는 사무직 노동자로서 근사한 출세를 꿈꾸며 보험회사에 입사한다. 프레디를 보험외판일보다 더 괴롭히는 건 선배들의 못된 짓거리다. 지점장의 구시대식 권위, 사수의 권모술수가 불러일으킨 불행 등이 그의 마음을 언짢게 한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옛 여자친구 줄리와 재회하는데, 그녀는 지점장 딸이자 사수의 약혼녀다. 공장 노동자인 브루스는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를 길거리 싸움질로 해소한다. 역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노크는 금발여자와 근사한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어리석은 행동과 말솜씨 탓에 바보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세머테리 정션>은 TV시리즈 <오피스> <엑스트라>의 성공을 이끈 리키 저베이스와 스티븐 머천트가 공동 연출한 첫 장편영화다. 저베이스는 ‘뉴웨이브의 뉴웨이브’라고 호언장담했고, 머천트는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 같은 영화의 오마주를 극중에 심어놓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1973년일까. 1973년 즈음 영국영화의 뉴웨이브는 생명을 마감한 상태였고, 비틀스의 해체로 낙담한 청춘문화가 펑크록의 폭발을 구가하려면 몇년이 더 흘러야 했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위시한 ‘키친 싱크’ 영화와 <희년>류의 펑크무비 사이에 위치한 <세머테리 정션>은 사뭇 다른 노선을 취한다. 홀스트의 <행성>이 흐르는 가운데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포근한 전원 풍경,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예쁜 이층버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묘사하는 오프닝은 <세머테리 정션>의 정서를 대변한다.

머지않아 영국의 제조업은 완전히 빛을 잃을 것이고, 구원자로 부상한 금융업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것임을 두 감독이 모르는 바 아니다. 대영제국의 위대한 몰락 직전의 시기에 냉정한 현실인식은커녕 낭만에 젖은 저베이스와 머천트가 어쩌면 부질없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장소와 시간으로 되돌아간 저베이스는, 이것이 당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런던 중심가의 흐름은 극히 일부의 소유였다는 뜻이다. <세머테리 정션>은 데이비드 보위가 아무리 인기있어도 보통 사람은 글램록 패션의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인근 도시로의 여행을 꿈꿀지언정 해외여행 같은 건 감히 생각하기 힘들었으며, 활기찬 노동자 계급과 빅토리아 시대의 판박이인 상류층이 묘한 조화를 이루던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다(물론 어떤 부분은 현재의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세머테리 정션>은 ‘청춘의 꿈을 따르라’는 낭만적 경구와 현실 지향적 노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영원히 머물 곳과 갈림길을 나란히 뜻하는 제목에서 보듯, 청춘이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그들을 응원하려는 영화다. 레드 제플린의 장엄한 <레인 송>에 맞춰, 한 소년과 소녀는 열차에 올라 떠나고, 한 소년은 잃어버린 가족애를 깨닫고, 한 소년은 사랑을 발견한다. 꿈보다 중요한 건 가치이며, 그 가치는 각자의 마음속에서 찾는 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조금 낯간지럽긴 해도 따뜻하고 흐뭇한 결말에 저항하기란 어렵다. 단, 미국의 청춘영화에 맞서 만들었다는 <세머테리 정션>의 결말에서 <졸업>이 떠오르는 건 이상한 일이다. DVD는 감독 음성해설, 배우 음성해설, 10개의 삭제장면(14분), NG 모음(14분), 감독 및 배우 인터뷰(25분)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미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부록에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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