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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반지의 제왕
2001-12-31

■ Story 먼 옛날, 하늘 아래 요정 왕들, 난쟁이 군주들, 그리고 인간의 왕들에게 힘의 반지가 주어진다. 악의 힘에 동화된 사우론은 이 모든 반지를 지배하기 위해 절대 반지를 만들어 신들을 위협하고, 그 벌로 암흑의 세계에 갇힌다. 수천년이 흐른 뒤 예전의 힘을 회복한 사우론은 잃어버린 절대 반지를 되찾기에 혈안이 된다. 우연히 반지를 손에 넣은 이는 호빗족의 빌보(이안 홀름). 그는 고향을 떠나면서 자신의 후계자인 프로도(엘리야 우드)에게 그 반지를 물려준다. 반지의 엄청난 힘을 알고 있는 마법사 간달프(이안 매켈런)는 프로도에게 반지를 파괴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이 올 것이라 경고하고, 불의 산에 가서 반지를 없애야 한다고 일러준다. 프로도는 같은 호빗족 친구인 샘, 메리, 피핀과 길을 떠나게 되고, 이들의 여정에 인간 종족의 전사 아라곤(비고 모텐슨)과 보로미르, 엘프족의 레골라스, 난쟁이족 김리, 그리고 간달프가 합세한다.

■ Review

54년 출간된 이래 10억명의 독자를 낳은 <반지의 제왕>이 진작에 실사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저마다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완성한 다양한 종족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영화로 시각화하는 것은 감히 엄두를 내기 힘든 작업이었다. 원작자인 J. R. R. 톨킨의 아들 크리스토퍼도 “<반지의 제왕>은 영상물로 만들어지기에 적합한 작품이 아니”라며, 영화화 시도 자체가 불경한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톨킨의 순수 열혈팬들로 스탭이 꾸려지고, 호러와 판타지계의 재간꾼 피터 잭슨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닌게 아니라, 강물이 거대한 백마 무리로 돌변해 흑기사를 덮치는 장면이나, 엘프 연합군과 사우론 군대의 전투장면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된다. 이것은 분명 꿈이되, 꿈이 아니다.

원작에서 구현한 판타지 월드를 충실히 그려내는 것이 스크린으로의 성공적인 공간 이동이라고 판단한 피터 잭슨의 촬영장에서는 원작소설이 ‘바이블’로 통했다. 이는 원작소설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던 두 미술가를 영화의 컨셉 디자이너로 끌어들인 시도로부터 출발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상 세계를 다룬 이 영화의 시각적 디자인의 원칙은 리얼리즘의 구현. 호빗의 서식지 호비턴과 요정들의 보금자리 리벤델, 모리아의 지하세계, 악마 사우론의 공간 모르도르는 뉴질랜드의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기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공간 연출만큼이나 캐릭터 디자인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신체적, 문화적으로 다른 9개의 종족들, 인간과 난쟁이, 그들 중간쯤 되는 사이즈의 호빗족, 거구의 마법사들, 괴물 오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의상과 대역을 이용한 눈속임, 특수분장과 특수촬영, 컴퓨터그래픽이 총동원됐다. 또한 아웬(리브 타일러) 등이 쓰는 엘프어는 프랑스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혼합해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그 태생적 축복과 한계가 분명한 작품이다. 원작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모험담에 깊이있는 철학까지 심어 넣은 완벽한 텍스트다. 절대 악의 힘을 지닌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데, 다양한 길동무를 동반한 여행길에는 악마의 사주를 받은 괴물들이 단계별로 나타난다. 사실 ‘반지’는 그저 맥거핀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힘과 파멸을 동시에 안겨주는 반지의 마력에 사우론처럼 인간의 왕들처럼 굴복하고 말 것이냐의 문제가 원정대의 동기가 되고 또 갈등이 된다. 과연 탐욕과 공포와 의심의 시험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톨킨은 중간계의 생명체 중에서도 가장 범상한 종족 호빗의 소년 프로도(실은 50살이다)를 지목한다. “왜 내게 이 반지가 주어졌을까”를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스타워즈>의 아나킨과 닮아 있다. <반지의 제왕>은 버거운 모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한 소년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원작소설의 팬들이 발목을 잡는 대목은, 아라곤과 사랑을 나누는 요정 아웬에게 힘이 실렸다는 것. 원작에서 아웬은 리벤델의 회의장면에서 아버지 옆에 앉아 있는 정도로만 짧게 언급되는 데 반해, 영화 속에서는 아홉 흑기사로부터 죽어가는 프로도를 구하기 위해 말을 달리고, 인간인 아라곤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불멸의 삶을 포기하는 모습이 묘사되는 등 비중이 늘어나 있다. 여성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를 강화하고 로맨스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등 원작을 상업화했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 원작이 시적이고 서정적인 데 반해, 영화는 <매트릭스>에 비견될 만큼 액션이 과하고 모던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대목도 있다. 캐릭터 개개인의 전사(前史)와 성장을 차분히 소개하는 대신, 끊임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 속에 슬쩍 흘려 넣어버린 것.

지난 12월19일 미국에서 개봉한 <반지의 제왕>은 닷새 동안 9천만달러가 넘는 박스오피스 기록을 올렸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못 미치지만, 배급의 힘과 등급의 불리함을 견주어보면, 대단한 기록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보고 싶은 겨울영화’에 꼽힐 만큼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연 완결된 드라마에 익숙한 관객이 ‘to be continued’를 기약하는 열린 결말의 영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더 나아가 국내 판타지문학과 영화의 팬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숫자로 보는 <반지의 제왕> 프로덕션 ... 엑스트라 2만명, 커피값 20만달러

<반지의 제왕>은 단일 영화 제작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과 자원, 인력을 투자했다는 신기록을 남겼다. 물론 이런 기록은 3부작을 동시에 제작하는 독특한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감독으로서 난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는 엄청난 캔버스를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각 편마다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 거대한 전투장면, 현란한 특수효과, 캐릭터의 급변, 그리고 세상의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그것은 내게 끝없이 계속되는 도전이었으며 관객에게도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반지 원정대의 여정만큼이나 장대한 프로덕션에 뛰어든 피터 잭슨의 변이다.

기간/ 15개월, 274일 동안 촬영했고, 모두 500만 피트의 필름을 썼다.

장소/ 뉴질랜드 각지 100여 군데 로케이션, 350개 세트에서 촬영했다. 특수촬영에 동원된 미니어처는 모두 64개였다.

인원/ 배역은 모두 2200개, 엑스트라는 2만600명. 작품에 동원된 말은 모두 250여 마리였다. 촬영 현장에는 평균 2천명의 스탭이 동원됐다.

소품 및 의상/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 워크숍은 4만8천개의 아이템(982벌의 핸드메이드 갑옷, 2321개의 전쟁용 무기, 114개의 원정대 특수무기, 2만개의 가재도구와 소품, 1600쌍의 인조 발과 귀, 200개의 마스크)을 만들었다. 9개 종족별로 평균 150벌의 의상이 준비됐다.

이색 스탭/ 병사들로 동원된 배우들에게 피를 칠해주는 ‘피칠갑’ 전문 스탭이 있었을 정도. 그에 따르면, 괴물 오르크의 피는 1t 이상 소비됐다고.

수송/ 영화에 쓰이는 소품들을 운반하는 데는 20피트짜리 수송 차량 26대가 동원됐다. 촬영기간 동안 수송을 위해 사용한 차량은 모두 330대였고, 페리도 2대나 동원됐다.

티 타임/스탭들에게 제공한 커피값으로 20만달러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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