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에서 심장은 메타포가 아니다. 강남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고급 영어유치원을 경영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연희(김윤진)는 딸의 심장을 지켜야 한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은 하루빨리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희귀한 혈액형 탓에 맞는 심장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뇌사상태의 중년 여자가 응급실로 실려온다. 연희는 거액의 돈을 불법적으로 환자의 동거남(주진모)에게 주고 심장을 기증받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환자의 친아들 양아치 휘도(박해일)가 뒤늦게 과거를 뉘우치곤 엄마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며 앰뷸런스를 탈취해 도주를 한다. 이제 연희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조폭까지 동원해 휘도를 뒤쫓고, 다시 엄마를 빼앗긴 휘도는 연희의 딸을 납치하며 대치한다.

좋은 스릴러 시나리오다. 여기에는 극단적인 상황에 맞서 각자의 혈육을 지키려는 인물들이 있고, 압구정 양아치와 부유한 강남 사모님이라는 극렬한 계급의 차이가 있다. 특히 재미있는 건 연희의 캐릭터다. 그녀는 착한 엄마로 시작해 딸이 “엄마 무서워”라며 울부짖을 만큼 극단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로 변해간다. 그런데 윤재근 감독은 긴박하게 몰아치는 스릴러와 눈물이 몰아치는 신파 사이에서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서스펜스를 자아내야 할 상황에서도 영화는 갑자기 멈춰서서 과거를 한탄하며 눈물을 질질 짜내는 주인공의 독백을 삽입하고, 그 때문에 연희 캐릭터 역시 좀더 흥미진진한 괴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당한다. <심장이 뛴다>에 정말로 필요한 건 대범한 연출가의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