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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의 대업과 전쟁 속의 개인을 능수능란하게 다룬 <평양성>
송경원 2011-01-26

황산벌 전투 뒤 8년, 백제를 손에 넣은 신라는 이번엔 고구려를 노린다. 삼국의 명운이 걸린 평양성 한복판에서 각자의 삶과 생각이 교차하며 한바탕 떠들썩한 축제 같은 전투가 시작된다. 삼국통일의 야망을 품은 김유신(정진영)은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 평양성으로 진격한다. 눈치 백단 김유신은 진즉에 신라까지 차지하려는 당나라의 흑심을 눈치채고 고구려와 비밀리에 연합작전을 도모하지만 당나라로 망명한 고구려 정통 후계자 남생(윤제문) 때문에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정치적 협상을 주장하는 형 남생과는 달리 카리스마 넘치는 동생 남건(류승룡)은 평양성을 사수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한다. 연개소문의 세 아들이 반목하는 사이 김유신은 피해없이 평양성을 점령하기 위해 갖은 꾀를 내보지만 결과는 예측불허. 한편 황산벌 전투에서 끈덕지게 살아남은 생존의 달인 거시기(이문식)가 이번에는 신라군으로 징병되지만 이내 고구려군의 포로가 되고 그곳에서 고구려군인 갑순(선우선)을 만나 살아남기와 사랑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역사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던 <황산벌>의 속편이 돌아왔다. 응당 시리즈로 만들어졌어야 하는 이 이야기는 전편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스펙터클해졌다. 단지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 대결이라는 당연하면서도 전복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웃음을 주었던 <황산벌>에 이어, 이번에는 삼국통일의 막바지인 만큼 팔도 사투리가 등장하여 익숙한 듯 참신한 웃음을 던져준다. ‘거시기’의 비밀을 둘러싼 오해가 얽힌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인물의 성격에 맞는 걸쭉한 사투리의 재미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

동상이몽의 인물군도 더욱 풍성해져 풍 맞은 노인네가 되었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의 귀재 김유신, 무데뽀인 듯하면서도 각종 기발한 친환경무기를 선보이는 고구려군의 자존심 남생, 살아남기와 줄서기의 달인 거시기 등 매력적인 인물로 가득하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인물들의 개성에 더욱 힘을 실어줌은 물론이다.

삼국통일의 대업이라는 망원경과 전쟁 속의 개인이라는 현미경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이준익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쉽게 휘발되는 웃음이 아니라 인물들의 사연이 더해질 때마다 곳곳에 묻어 있는 페이소스가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다소 억지스런 상황이나 급작스런 결말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연휴 극장가를 함께 찾을 가족단위 관객의 눈높이에서 볼 때 큰 무리 없이 납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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