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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질문과 원죄의식을 드리우는 <아이들…>
김용언 2011-02-16

1991년 3월26일, 도롱뇽을 잡으러 집을 나선 초등학생 다섯명이 실종된다. 특종을 잡고 싶은 다큐멘터리 PD 강지승(박용우), 자신의 이론을 굳게 믿는 교수 황우혁(류승룡), 조심스럽게 범인의 실체에 다가가는 형사 박경식(성동일)이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 아이를 잃은 부모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아이들…>은 1991년 대구 달서구에서 일어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영구미제로 남은 이 사건을, 잡히지 않은 범인을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고발 프로그램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실화 혹은 실존인물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실화의 영화화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는 범죄 사건들, 이를테면 범인의 치밀한 지능,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검경 시스템의 문제점, 한국의 1991년이라는 문제적 시기의 콘텍스트 등이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아프게 환기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 어디쯤, 인간적 윤리와 극적 흥미 중간쯤에서, 불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황우혁 교수다. “자신이 믿고 있었던 것들이 무너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기가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는 인지부조화 이론을 강의하던 그가 바로 그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순간, 우리는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리하여 범인을 놓쳐야 했던 무수한 ‘살인의 추억’들로 자꾸 돌아가게 된다. <아이들…>은 진범(이라 추정되는)의 실체를 폭로하는 후반전에 이르러 다소 자신없이 머뭇거리는 인상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질문과 원죄의식을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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