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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화정 2011-02-15

일시 2월 14(월) 오후 2시 장소 CGV 왕십리

이 영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던 어떤 하루. 출장 때문에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차 안, 그녀는 마치 음료수 캔이라도 내밀듯 불쑥, 남자가 생겼다며 집을 나가겠다고 말한다. 단 한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던 그는, 그녀의 새 남자가 데리러 오기로 한 날, 짐을 싸는 그녀를 위해 아끼던 찻잔을 포장해 주고 맛있는 커피를 내려 준다.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짐을 싸는 도중 함께 만들었던 기억과 추억을 되살리는 물건들이 튀어나오고, 그 때마다 따로 있던 두 사람은 서로의 공간을 찾는다. 익숙한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속 깊은 배려에 점점 화가 나는 그녀는 그런 자신의 감정이 당황스럽다.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그는 마지막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예약하고 함께 외출하기로 한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를 피해 길 잃은 새끼 고양이가 집으로 찾아 들고 숨어버린 고양이를 핑계로, 비에 잠겨 끊어진 다리를 핑계로, 두 사람은 하루 더 함께 머물게 된다. 그와 그녀는 진짜 헤어질 수 있을까?

100자평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리얼타임으로 진행되는 ‘헤어짐’의 과정이다. 남녀의 이별을 되짚기보다, 영화는 단출한 구성으로 커플의 불안한 상태를 둘러말한다. 궂은 날씨와 갑작스런 고양이의 등장같이 그들의 파경을 설명해 줄 여러 요소들의 개입이 전부. 부부의 헤어짐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하며, 감독은 단 한 번도 둘에게 폭발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부부가 준비하는 어쩌면 마지막의 저녁식사. 면을 삶고, 마늘을 정성껏 볶고, 가지를 볶아내는 실시간의 지켜보기를 통해 감독은 헤어짐에 관한 짧고도 집약적인 소묘를 완성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윤기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정적인 영화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속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10분여의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영화는 거의 시간 편집도 없이 이별을 앞둔 부부의 하루를 세밀하게 펼친다. 인물들의 내면은 끝까지 거의 숨겨져 있다. 오히려 방석에 떨어진 담뱃재, 무심하게 파스타를 만드는 현빈의 손길,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 길잃은 고양이 등, 주인공들의 내면을 투사하기 위해 감독이 삽입한 미세한 디테일들을 마음 속으로 쌓아가며 보는게 좋다. 김도훈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