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권력과 애첩(2): 기록물, 소유의 연장

휴 헤프너와 세명의 플레이메이트, 2007.

중국 주간지 <차이징> 최신호는 중국 권문세가 10여명이 ‘공동 애첩’으로 삼은 특별한 여성 리웨이의 존재를 폭로했다. 당사자의 연애 상대는 당서기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전부 고관대작이었고, 그들의 보호 밑에서 이권을 챙긴 재산만 수십억위안에 이른다는 보도였다.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론은 후손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전수할 짝짓기 전략으로 암컷은 재력과 권력을 거머쥔 수컷을 선호하고, 수컷은 그저 젊고 예쁜 암컷‘들’을 전전하며 혼외정사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말한다. 도에 지나친 고비용 투자의 결과, 바기나 덴타타로 돌변한 애첩에게 물어뜯긴 거물 남근의 수두룩한 실패담도 살폈다(<씨네21> 789호). 반면 세간의 지탄은 고사하고 숭앙을 한몸에 받으며 애첩을 거느린 공공의 권력남도 건재하다.

네모진 둔한 턱선, 정수리까지 훤히 드러난 숱 없는 백발, 볼살이 축 처진 할아범을 애지중지 둘러싼 20대 육감 미녀들의 환호작약. 이 기현상에 어떤 풀이가 가능할까? <플레이보이> 창립자 휴 헤프너(2011년 현재 84살)는 퇴임 뒤 저택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미녀들(여러 번 교체됨)과 함께 사는 일상사를 케이블 방송 고정 코너, <The Girls Next Door>로 공개하며 또다시 주목받았다. 사생활 리얼리티 쇼!

프랑수아 부셰, <오머피 양>, 1752.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는 전근대적 통치자들이 그렇듯 애첩들을 거느렸는데, 유독 총애한 14살 소녀 오머피의 나신을 그리라고 화가에게 명했다. 로코코 시대 최고 장식화가 부셰는 루이 15세의 어린 애첩의 알몸을 인습적 여성 누드화의 프레임 속에 구겨넣지 않았다. 뒤에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는 “통통하고 싱싱한 사지가 소파의 쿠션 위에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자세로 엎드린” 자연스런 포즈야말로 “욕망의 신선함을 더욱 절묘하게 표현했다”며 그림에 경탄했다. 아마 화가는 사적 공간에서 소녀와 밀회를 나눌 루이 15세의 독점적 즐거움의 조건, 즉 소녀 특유의 미숙한 애교의 순간이 벗은 여체 위에 중첩되도록 의도했을 거다.

이유야 어떻건 휴 헤프너와 루이 15세는 욕망의 대상을 (두고두고 관람할 목적에서) 기록물로 저장한 공통점이 있다. 루이 15세는 애첩 오머피의 신선도 최상의 상태를 화면 속에 고정시키려 했고, 휴 헤프너는 개개 여성의 농염미가 극점에 달한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아뒀다. 루이 15세와 휴 헤프너 사이 차이점은 전자가 관전 대상을 자신의 욕정에 한정시킨 반면, 후자는 관음 욕망의 시장성까지 타진해 보편 남성의 관음증의 전유물로 나체 사진을 대중에 공개/판매했다. 소유욕을 충족하지 못한 세상 뭇 남성들은 가상의 애첩 소유를 위해 저렴한 열람 대가를 능히 지불했고, 떼부자가 된 휴 헤프너는 현대적 성인물 아카이브의 수장으로 등극했다. 욕망 대상의 완성도를 위해 헬무트 뉴튼이나 애니 레보비츠처럼 유능한 사진가들이 잇따라 고용됐다. 상품화의 대상인 젊은 여성조차 그를 추앙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헤프너는 플레이메이트 출신 20대 미녀와 또 다른 결혼을 준비 중이다. 바로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