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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토 산페이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하다. <카무이 외전>
김도훈 2011-03-16

카무이는 도망자다. 17세기 일본에서 천민으로 태어난 카무이(마쓰야마 겐이치)는 먹고살기 위해 닌자가 됐다. 그러나 오로지 살육만이 계속되는 닌자의 세계에 질린 그는 도망길에 오른다. 카무이의 운명은 영주가 아끼는 말의 다리를 자르고 달아나던 어부 한베이(고바야시 가오루)를 만나면서 바뀐다. 한베이의 고향섬으로 따라간 카무이는 탈주 닌자 스가루(고유키) 역시 한베이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카무이와 스가루는 영주에게 잡혀간 한베이를 구해낸 뒤 상어잡이 해적 후도(이토 히데아키) 일행에게 구조되어 평화로운 섬에 정착하지만, 그건 사실 무시무시한 함정이다.

시라토 산페이의 동명 원작은 1969년과 1971년에 각각 TV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60년대 고전 망가 중 하나다. 최양일 감독이 원작의 영화화에 뛰어든 이유? 원작은 전공투 세대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함께 읽었을 만큼 사회주의적인 함의가 가득한 망가다. 낙오된 천민들이 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는 최양일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다만 쇼치쿠가 대자본을 투여해서 만든 블록버스터 <카무이 외전>을 최양일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69>(2004)와 <제브라맨>(2004)의 각본가이자 ‘똘기’있는 아티스트 구도 간쿠로의 각본 역시 원작의 함의를 조금 지워낸다. 최양일의 오랜 팬들이라면 이 닌자활극 오락영화를 전례없는 작가적 괴작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뭔가 어울리지 않을 법한 프로젝트를 맡은 대가들의 상업영화가 무릇 그렇듯, <카무이 외전> 역시 균열의 지점들로부터 묘한 매력이 비집고 새어나온다. 피와 뼈는 부족하지만 수(壽: 목숨)를 걸고 달리는 개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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