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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비극적 최후는 잊어버려라 <레드 라이딩 후드>
김용언 2011-03-23

늑대와 빨간 두건 소녀 이야기는 가장 단순한 장치만으로도 섹슈얼한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지금까지 무수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이번엔 <트와일라잇> 1편을 연출한 캐서린 하드윅이 새롭게 들려주는 하이틴 판타지 로맨스로 재창조되었다. 옛날 옛적 어느 외딴 마을은 20여년간 보름달이 뜰 때면 늑대인간에게 제물을 바쳐왔다. 마을의 외톨이 피터(샤일로 페르난데즈)를 사랑하는 소녀 발레리(아만다 시프리드)는 부잣집 아들 헨리(맥스 아이언스)와 결혼시키려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늑대에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늑대인간 사냥꾼으로 유명한 솔로몬 신부(게리 올드먼)는 마을 사람 중 하나가 늑대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발레리의 성격 묘사다. 발레리는 동화 속 빨간 두건처럼 속절없이 늑대에게 속아넘어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지 않는다. 그녀는 부모의 명을 어기고 홀로 숲속을 누빌 만큼 용감하고, 연인 피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거나 고향을 지키기 위해 늑대와 홀로 맞설 때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발레리의 욕망, 늑대와 그녀 사이에 감도는 성적 긴장감(심지어 근친상간까지 연상시키는), 가장 가까운 존재마저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의 공포는 연막만 피우다 스러지고 만다. 다소 하드한 결말에 이르면 영화 처음부터 최대한 고딕 스릴러 같은 분위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쉬워진다. 종교적인 색채마저 띨 정도로 건전하기 짝이 없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보다는 조금 진전되었지만 여전히 ‘10대 관객 관람가’에 초점을 맞춘 어정쩡한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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