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초연한 자연을 닮은 관계의 하모니 <세상의 모든 계절>

톰(짐 브로드벤트)과 제리(루스 신)가 살고 있다. 톰은 지질학자이고 제리는 심리상담사다. 노년에 접어든 부부는 서로를 아끼며 함께 산다. 주중에는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주말에는 농장을 함께 일구며 대략 한 계절에 한두번씩은 가까운 친구와 친지를 불러 조촐하고 화목한 파티를 주최한다. 아내 제리의 회사 동료 한 사람이 파티 때마다 방문하는데 실은 그녀가 좀 불청객이다. 제리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메리(레슬리 맨빌)인데 그녀는 늘 조급하고 엉성하고 불안하여 좌중의 분위기를 망친다. 그런 그녀를 늘 따뜻하게 맞는 톰과 제리지만 어느 가을날 마침내 문제가 생기고야 만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이들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불안한 중년을 연기하는 메리 역의 레슬리 맨빌이 가장 조명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노부부를 연기한 짐 브로드벤트와 루스 신 외에 어느 한 배우도 흠잡을 구석이 없는 멋진 연기의 하모니를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계절>은 <비밀과 거짓말>로 우리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그리고 최근작 <해피 고 럭키>로 건재함을 입증한 마이크 리의 최근작이다. 감독은 어떤 해결의 구심점이 있는 것으로 삶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 삶은 불현듯 사라질 때 사라지고 감당하지 못할 것은 감당하지 못한 채 조금씩 변화하거나 마모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일년을 사계로 나누어 네개의 막으로 영화를 구성한 형식도 그렇거니와 리의 많은 전작에서 촬영을 맡아온 딕 포프의 매우 아름다운 촬영술도 어딘지 초연한 자연을 닮았다. 나직하게 흐르는 호른 연주 같은, 평안하게 사람을 맞이하는 오래된 정원 같은, 그런 영화다. 2010년 전세계 각종 매체의 올해의 영화 순위에 들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