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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질퍽한 난도질영화의 황홀경

<손도끼> Hatchet (2006)

감독 애덤 그린 상영시간 84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 / 출시사 ANCHOR BAY 화질 ★★★☆ / 음질 ★★★☆ / 부록 ★★★

난도질영화는 80년대에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인기를 누렸다. 과도한 폭력 묘사와 피칠갑의 살인장면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지만 팬들은 싫증내지 않는다. 그들은 영화가 수많은 바보 같은 상황조차 흐뭇하게 즐긴다. 난도질영화에 푹 빠져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오묘한 세계와 강한 중독성이야말로 이 장르의 매력이다. 90년대를 관통하며 난도질영화들도 현란한 스타일을 받아들였지만 제대로 된 쾌감과 감동은 역시 단순무식을 고수하는 영화들이다. <손도끼>는 제목부터 80년대의 추억을 자극한다. 배경은 축제가 한창인 루이지애나. 찌질한 청춘 벤과 마커스는 축제가 흥이 나지 않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에 심야에 유령의 숲을 통과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색적인 모험을 위해 다수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버스를 타고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일행은 작은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유령의 숲으로 들어가다 배가 가라앉는 사고를 당한다. 할 수 없이 도보로 이동하는 일행은, 끔찍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빅터를 만난다. 인간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빅터는 도끼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피의 복수를 벌인다. 골백번은 더 써먹은 구린내 풀풀 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짧게 묘사되는 살인마의 기구한 과거사는 제법 심금을 울린다. 아버지의 극진한 보살핌과 사고로 인한 죽음과 복수로 이어지는 과정이 묘하게 설득력을 갖는다. 콤플렉스와 아픈 과거사는 난도질영화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한다. 살인마의 팔자가 기구할수록 살육의 쾌감이 증폭된다. 이에 외모 콤플렉스는 이상적인 조건이다. <손도끼>의 아쉬운 점은 외모 콤플렉스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점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짧은 이야기는 강렬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난도질영화들이 캐릭터의 상품화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캐릭터에 대한 5분 정도의 배려가 아쉽다. 실제 단 몇분에 불과한 과거에 대한 묘사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손도끼>는 화끈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할로윈> <13일의 금요일>처럼 세월이 흘러 장르의 아이콘이 될 확률은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2006년에 제작되었지만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80년대의 감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한 스토리, 미래를 보듯 예측 가능한 캐릭터와 사건들, 거대한 몸집의 살인마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반복적으로 행하는 살인장면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다. 하지만 팬들을 위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손도끼>의 폭력 묘사는 박력이 넘친다. 영화가 가진 숱한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사연을 간직한 손도끼로 장작을 패 듯 몸통을 쪼개고, 내장을 들어내고 괴력으로 목을 뽑는가 하면 입을 쭉 찢는 등 시종일관 화끈하게 몰아붙인다. 여기에 팬들을 위한 감동적인 서비스가 주어진다. 영화 초반, 악어 낚시를 하러 왔다 툴툴거리며 내장을 드러내고 죽는 이는 <나이트메어>의 로버트 잉글런드, 축제가 한창인 도시에서 유령 숲의 가이드를 했다며 요란한 복장으로 잠깐 등장하는 흑인 배우는 <캔디맨>의 토니 토드다. 그리고 손도끼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빅터 크로울리는 ‘제이슨 부히스’ 역으로 유명한 케인 호더다. 그는 1인2역을 연기한다. 연쇄살인마이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살인마의 아버지다. 이쪽은 맨 얼굴로 출연하니, 호러 팬이라면 케인 호더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특별한 재미는 호러에 열광적인 애정을 쏟아부은 경험이 없다면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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